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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오베르의 교회 방명록에
 
박소원 시인   기사입력  2020/01/06 [20:14]

사랑이 그대의 손에서 시작되었다면
우리의 사랑은 그대의 손에서 자랐을 것이다

 

어둑한 교회 제단에
촛불을 켜고
두툼한 방명록에
누런 종이위에
우리의 만남과 결별은
그대의 손에서 운명을 다하였다고 쓰고는

 

새들이 떠나간 밀밭을
멍한 표정으로 돌아보는데
신자(信者) 한 명 없는 시간 뒤에서
누군가 소리 내어 울먹인다

 

하늘이 없는 것 같은
높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1월의 나도
소리죽여 한참을 울었지만
울음의 이유를
한 마디도 묻지 않고 스쳐간 이(信)가 있다

 

(만일,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할까요.)

 

참 멀고도 높은 오베르의 교회
먼지 희뿌연 방명록에는
어느 기록물법에도
저촉되지 않는 내생(來生)의 선약이 젖어 있다

 


 

 

▲ 박소원 시인   

2015년 1월. 해외학술탐방 팀의 일원으로, 예이츠 연구로 아일랜드에 갔었다. 아일랜드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더블린에서 예이츠 무덤(남프랑스)을 찾아가다 문득 폭우를 만났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으므로. 예이츠 연구팀은 니스에서 고흐의 흔적을 찾아가기로 했다. 아를, 아비뇽(생레미 요양원, 론 강, 원형경기장) 등을 거쳐 고흐의 사망지인 오베르에 도착했다. 고흐의 무덤을 목전에 두고 교회에 앉았을 때,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소리죽여 들려왔다. 우리는 교회 밖에서 누구도 울음의 이유를 묻지 않고, 고흐의 무덤을 밀밭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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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1/06 [20:1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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