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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기사입력  2020/01/15 [16:14]   정이랑 시인

길 위에서 길을 밀고 가는
그를 만난 적이 있다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 길
어디로 무엇을 위해 가고 있는 중일까
발끝으로 톡, 건드려 보았지만
몸을 펼쳐 다시 길을 뽑아내며 간다
사람에게는,
돌아보지 않고 갈 수 있는 길이 있을까
부쩍 뒤를 돌아보게 되는 나는,
문득 문득 그의 길이 생각났다

 


 

 

▲ 정이랑 시인   

비온 뒤 누구나 한 번쯤은 지렁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듯 지렁이를 보고 문득 생각이 들었던 것은 길에 대한 것이었다. 살면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후회하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직선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던 지렁이가 가끔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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