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대지 위에 소리 소문없이 찾아와서 포근한 이불이 되어 주는 함박눈이어라.
당신은 매서운 북풍에 나뭇잎 다 잃어버리고 매마른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자작나무에 하얀 눈꽃을 피워 주는 함박눈이어라.
굴곡 많은 세상살이에 깊게 패인 상처와 오욕으로 생기 잃은 몸뚱아리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함박눈 같아라.
외롭고 고단한 시냇물 되어 차가운 얼음장 밑을 하염없이 흘러가는 꿈을 잃은 물줄기에 말없이 동행해 주는 함박눈 같아라.
이윽고 바다에 몸을 푼 시냇물에게 누구보다 먼저 찾아 와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 주는 가슴이 뜨거운 함박눈이어라.
당신은 험한 길 마다않고 나의 반쪽이 되어 주려고 어둠 속의 촛불처럼 내게 온 천사이어라.
잿빛 그림자 지우며 내 가슴에서 꽃 피워 준 영원한 나의 함박눈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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