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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회> 당연한 것과 감사한 것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20/01/21 [17:23]
▲ 하송 시인   

다른 나라에 가서 우리글인 한글을 가르치는 사람을 인간극장에서 소개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여러 부족이 있는데 부족별로 고유의 글이 있으며 이것에 대해서 굉장히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찌아찌아족은 고유의 글이 없습니다. 이 부족에게 홀로 한글을 가르치는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정덕영씨는 인도네이사 부톤섬 바우바우시의 까르뱌 바루 국립초등학교 교사로 활동 중입니다. 10년 전부터 가족과 떨어져서 먼 타국에서 우리글인 한글을 가르치며 지내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여러 명이 함께 활동했지만 모두 떠나고 지금은 혼자뿐입니다. 끝까지 남아서 마지막 한 사람으로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이유는, 찌아찌아족이 전통문화와 언어를 문자화함으로써 부족을 지키며 문화를 보존시킬 수 있고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제일 인상 깊은 모습은 찌아찌아족 아이들이 열심히 한글 공부하는 수업장면이었습니다. 문득 우리나라 중ㆍ고등학교 교실이 생각났습니다.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을 깨우지 못한다고 합니다. 꾸중을 하면 아이들의 강한 반발과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 때문에 어쩌지 못하고 그냥 놔둘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연세가 있지만 헌신적으로 학생들과 봉사활동도 함께 하며 존경을 받고 있는 남자선생님 이야기입니다. 수업 중에 제일 앞줄, 그것도 교사 바로 앞자리에서 엎드려 잠을 자는 여학생을 깨웠더니 못마땅한 얼굴로 째려보더라고 했습니다.

 

교사로서의 보람은 적어지고 갈수록 자괴감만 커진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수업 태도도 좋고 인성이 좋은 우리학교 아이들이 떠오르며 갑자기 더욱 보고 싶어졌습니다. 정덕영씨의 10년 동안 희생과 봉사의 결실은 현재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거리에 적지 않은 한글 간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자들이 한글 선생님이 되어 보조교사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지 어린이들과 말과 정서가 통하는 현지인 교사가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생각으로 한글 가르치는 교사들을 열심히 양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느 날 한글교사 양성과정 수업시간에 예고 없이 쪽지시험을 치렀습니다. 성적이 좋은 사람과 안 좋은 사람으로 나뉘었습니다. 정덕영씨는 많이 틀린 학생에 대해서 본인이 미안하다며 학생들이 성취감을 느끼게 했어야 하는데 자신의 불찰이라고 했습니다.

 

교사로서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대개는 학생 탓을 먼저 하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어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는, 가르친 것을 잘 기억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방학을 맞이해서 한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가기 전에 무나섬에 나들이를 갔습니다. 10년간 한글학교가 있는 바우바우시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인근에 멋진 자연경관이 위치해있는데도 처음 방문하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한국에 와서 그리운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먹는 집 밥에 감격하면서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부인이 식당을 운영하면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며 남편의 꿈을 응원하고 자녀들 역시 반듯하게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역시 훌륭한 일을 혼자 이루기는 쉽지 않습니다. 뒤에서 적극 지지해주는 가족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한국인과 결혼한 제자가 한국에서 가져간 단풍잎, 은행잎을 친구들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들은 탄성과 함께 신기해하며 코팅된 잎사귀를 보석처럼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가서 직접 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피력했습니다. `우린 너무 흔한 걸로 밟고 다니는데….` 평소에 한글에 대해서 우리글이니 일상으로 사용합니다. 사계절이 변하는 것 역시 감흥보다는 빠른 세월의 흐름이 더욱 실감될 뿐입니다.

 

생각해보니 한글, 학교, 집 밥, 단풍잎, 은행잎까지 주위가 온통 소중한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셀 수없이 많은 종류의 감사할 것으로 둘러싸여 지내지만 오늘도 그걸 당연시하고 있습니다. 너무 흔해서 팽개쳐 놓은 것들을 천천히 오래오래 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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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1/21 [17:2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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