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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김승필 시인   기사입력  2020/01/21 [17:24]

여시 코빼기 언덕 너머 시오리 눈길 걸어 돌팔이 의사에게 진맥하여 얻은 게 바로 나였다며 늙은 어머니는 두꺼운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꼭 노루목 올 때쯤 해서 귀찮게 따라붙은 처녀 귀신과 한판 붙고 나서야 비로소 기울어진 초옥(草屋)에 도착할 때면 땀으로 멱을 감았다지요.

 

시댁 어른들 아마 모르기는 몰라도…….

 


 

 

▲ 김승필 시인    

시댁에서 제금난 어머니, 이남박에 떡살 자국이 콕콕 박히고 외양간의 어미 소 시름시름 앓다 배가 딴딴하게 부풀어 섣달그믐 죽어 나갈 때 웃풍이 심한 가난한 벽장문을 걸어 잠그셨다. 딸린 식구가 한 짐이라 일가붙이 친척 마음뿐이지 무얼 하나 해 줄 수도 없다. 자식을 살리기 위한 일념으로 돌팔이 의사에게 진맥한 후 노루목 넘어갈 즈음 처녀 귀신과 한판 붙고 나서야 도착한 기울어진 초옥(草屋). 이제 아흔에서 여섯 살 모자란 늙은 어머니는 보행 보조차 노인보행기에 의지한 채 하루도 빠짐없이 마을회관 단골손님이 되셨다. 다가오는 추석에는 천사대교를 건너 고향 마을 고샅에 돌멩이 하나 슬쩍 올려놓고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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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1/21 [17:2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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