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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선인장
 
임내영 시인   기사입력  2020/01/22 [17:35]

달을 삼킨 한 생의 상처가 깊다

 

월식은 언젠가 드러난 너의 본심 같다
뾰족 가시와 단단한 껍질로 방어하는 나는
달빛 한 방울 같은 속살을 숨기고 있다

 

댕강, 머리를 잘라 어디든 심어도 상처가 자라고
달빛은 내 안에 깊게 뿌리 내리지 못한다

 

달의 습성으로 너는 가시 돋쳐 있다
그 틈새로 조금씩 달빛이 빠져나가고
나는 삭을 대로 삭아 순해졌다

 

달빛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
너의 신비는 깨어지고 새로움도 없다
가시의 기억에는 어떤 것이 남아있을까?

 

깊게 뿌리 내리지 못한 두려움의 반전

이제야 너는


뾰족 가시 사이에 꽃을 피운다

 


 

 

▲ 임내영 시인    

삶에 지쳐 있을 때 여행은 늘 마음을 달래준다. 네팔 안나푸르나 ABC 캠프를 정복하기 위해 카트만두에서 출발해 촘롱을 지나 걷고 걸으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다가 싶으면 또 오르막으로 오르고 올랐다. 해가 지는 밤이면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1ℓ 물병에 뜨거운 물을 받아 침낭 속에 넣고 식기 전에 잠들어야 했다.  길은 쉬엄쉬엄 가라고 했던가? 걷다가 지치면 길섶에 앉아 쉬며 목을 축이고 초콜릿을 녹이면서 청정한 공기를 음미하다, 척박한 땅에 던져지듯 가는 뿌리를 내린 선인장 머리에 별꽃이 피어 있었다. 2,000고지 넘는 땅에서 잠깐 비추는 햇볕을 향해 고개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특하기도 하고, 해가 지면 차가운 온도를 어떻게 견뎌내며 살았을까? 다시 보며, 몸 기울여 쓰다듬어 주면서 그동안 힘들다고 너무 투정을 부렸나 싶었다. 4,320고지까지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던 것은 작은 선인장 모습이 가슴에 박혀 메달처럼 빛나는 길잡이가 되어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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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1/22 [17:3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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