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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
 
김양숙 시인   기사입력  2020/02/12 [17:28]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생전 할머니 손에 돈 한 푼 쥐어드리지 못한 아버진 한지를 접어 저승 가는 노자 돈을 만드셨다 가위질을 따라 걷는다 꽃 위를 걸을 땐 발을 빼려고 휘청거리셨다 할머니의 눈물이 모여 만들어진 댐에 다다르면 아버지의 눈보다 가위가 먼저 젖었다 잠시 쉬었다 가는 동네 해안 길 제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내어 누군가를 지키는 파도를 보았다 굽이굽이 산길을 넘을 땐 할머니가 웅얼거리던 회심곡에 발자국을 실어 가쁜 숨 몰아쉬셨다

 

접혀진 한지를 펴자 꽃길은 사라지고
아버지와 나는 닮은꼴의 다른 유전자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시간대를 등에 업고
오를수록 높아지는 빌딩 숲을 헤맨다

 

아버지를 닮은 내가 빌딩의 거울 속으로 첨벙 걸어 들어가자 거울은 끄떡없고 와장창 깨진 내가 바짝 마른 아버지를 읽는다

 


 

 

▲ 김양숙 시인   

도심 속 빌딩은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매일 부딪혀야 하는 자본주의가 사람을 주눅 들게 한다. 그러나 날마다 걸어야 하는 길이다. 어느 날 우연히 빌딩 유리창에 비친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곳에 내 모습과 교차되며 고집스럽게 서 계신 아버지의 실루엣
삶이 녹록치 않아 매사에 고집을 부리셨던 아버지. 아버지의 고집은 살아오면서 당했던 불합리한 현실에 대하여 억울해 하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현실에 대해 억울해 하는 방식이 고집으로 표출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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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12 [17:2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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