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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나무
 
이노형 고래문화재단 상임이사   기사입력  2020/02/13 [16:43]
▲ 이노형 고래문화재단 상임이사   

속리산 길목의 정이품송이 일찍이 당상관에 이르렀음을 알고 있다. 오랜 유습일까 지금도 비슷한 현상이 보인다. 예천 지역에 토지소유권을 가지고서 토지소득세를 내고 학생들에게 장학금까지 주는 훈훈한 미담의 주인공이 있다. 이 마을 노인이 행방불명된 아들이 끝내 돌아오지 않자 소나무에다 재산을 상속하고선 고인이 되었단다. 이후 노인의 무덤은 주민들이 돌본다.

 

운문사 소나무와 마찬가지로 이 석송령도 어느 정도의 주량은 되는 모양. 대주가는 아니어선지 관광객들의 무차별 막걸리 공세 탓에 몸이 예전만하지는 못하다는 소식이다. 성주풀이는 집안의 복을 비는 노래다.

 

액을 물리고 복을 불러오려면 집안의 으뜸 신인 성주신에 빌어야 하고 그의 신비한 내력이나 미덕을 기려야 한다. 성주풀이노래로는 성주굿에서 부르는 것, 정초 풍물패가 지신밟기 때 부르는 것, 잡가 성주풀이의 세 종류가 있다. 이들은 관련 차이를 넘어 성주神을 기리는 내용을 공유한다.


여기서 성주신의 상징인 신격은 집 건물이다. 그 중에서도 중심 신격은 대들보나 마룻대와 같이 건물을 받치는 중요 기둥들이다. 이런 재목들은 본래 소나무에서 비롯된다. 또 소나무는 영험한 솔씨에서, 이 솔씨는 특정한 지역인 신성한 안동 제비원에서 비롯된다. 집이며 기둥이 신성을 띄게 되는 첫 번째 까닭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즉 집이란 것은 성소의 솔씨가 전국에 번져 훌륭하게 자라난 신성한 소나무들을 다듬어 만든 신성한 목재로 지어진 신성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신성의 두 번째 까닭은 집 지은 주체가 성주신이기 때문이다. 성주신은 세상에서 집을 가장 잘 짓는 목수신이기도 하다. 신의 솜씨로 다듬어 지은 훌륭한 집이기에 신성한 것일 수밖에 없다.

 

원로 학자는 소나무나 재목을 십자가로, 솔씨가 나오는 제비원을 예루살렘이나 메카에 빗대어 신앙적 상징과 성소로 보기도 했다. 성주신앙의 이 상징과 성소를 민족신앙의 그것들로 규정하기도 한다. 믿거나 말거나일 수 있으나 논리를 갖춘 학술적 견해다.

 

이 소나무는 민족신앙목이 된다. 알다시피 소나무는 우리 땅에서 가장 많이 자라는 나무인 데에다 특히는 유구한 세월을 우리랑 함께해온 각별한 나무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금줄의 솔가지랑 함께하다가 떠날 때에는 소나무관에 들어가 솔숲으로 돌아간다.

 

그것은 먹을거리를 익혀주고 구들방을 덥혀 따뜻한 주거생활을 보장해주는 좋은 땔감이거나 건물, 농기구, 가구, 먹을거리 등 갖은 생활수단들을 제공한다. 나라는 곳곳에다 봉산을 지정해 금강송, 황장목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좋은 재목감을 국법으로 보호하지 않았던가.

 

문화예술의 존재론적 근거가 향유주체의 체험적 삶이나 정신이듯 소나무는 우리 문화예술 가운데 흔하게 나타나는 소재일 수밖에 없다. 윤선도 시조 오우가의 눈서리 속에도 늘 푸른 솔처럼 상층의 문예 일반에 흔하게 보이는 소나무는 선비적 절개나 의지를 상징한다. 동시에 탈속적 지향의 상징이기도 하다.


넓고도 다양할 세상을 비좁은 공맹의 틀 속에다 집어넣으려던 유자들이 지칠 수밖에 없을 때에 흔히 강호자연의 탈속적 공간에다 심신을 기대고자 했다. 거기서도 소나무가 나온다. 이 솔에 대하여 그것을 미래적 진출을 도모한 현자피세(賢者避世)의 수기적 삶을 결단하고자 한 유자적 명분을 공유하는 정치적, 윤리적 나무로서 풀이할 수가 있다.

 

전혀 반대로 정치전망이고 절개고 뭐고를 다 포기한 채 이제껏 이단으로 매도해왔던 도가풍의 탈속적 고사은자나 신선의 길에 심신을 맡기고자 하는 탈속적 나무로 풀이할 수도 있다. 궁중 일월오봉도나 민화에까지 걸치는 십장생도의 무병장수의 상징, 성주풀이노래와 산신당 그림 속의 신성목 등이 보여주듯 소나무는 우리에게 정말 각별한 나무다.

 

그 동안 정부기관, 여론조사기관 등에서 좋아하는 나무나 국목(國木)을 거듭 조사했고 그 때마다 압도적 1등은 소나무의 차지이곤 했다. 강점기 일제는 이 땅의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닥치는 대로 수탈하여 전국 일대 산림을 헐벗게 했다. 살아남은 나무들에게는 송진 채취의 깊은 흉터를 남겨두었다. 이제는 소나무들이 재선충 탓에 홍역을 앓고 있어 어쩌면 이 땅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나온다.

 

재선충 확산의 근본 배경이 온난화이고 보면 소나무의 위기는 인재 탓일 수 있다. 한편 백악기와 신생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장구한 시간, 가령 구석기시대에 한정하더라도 빙하기와 따뜻한 간빙기의 교체 등 극심한 기후변화가 되풀이되곤 했다. 소나무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지금의 온난화도 자연계 내부의 자연스런 현상이라면 소나무는 의연히 질기고도 굳센 생명력을 과시해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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