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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무덤 1
 
최선 시인   기사입력  2020/02/17 [18:32]

마지막 한 방울로
마침표를 찍은 수직 하나 직선으로 누웠다

 

다른 족族은 질금질금 변을 지리기도 했는데
깔끔한 외모처럼 실수한 기억이 없다

 

결혼식과 장례식에서
수없는 축하의 말과 위로를 대필한
나의 사상思想과 사랑,
나의 비밀까지 공유한 사이,

 

마음의 여백에
적당한 간격으로 밑줄을 그어주던
제2의 심장

 

그의 피를 뽑아 걸어온 길을 기록하고 방향을 정했다

 

장인의 혼이 깃든
명문가 귀족 출신답게 아무 피나 수혈 받지 않는다
생각이 마를 때 화풀이까지 받아주던 대상
예리한 눈빛 그 촉은 태연해 보여도
늘 애간장이 녹아 화끈거렸다

 

한 방울의 피까지 모두 쏟은 사체死體
시대에 밀려 입을 닫은 유물들
동족들 틈에 가지런히 눕혔다

 

캄캄한 서랍 속에
피가 마르던 시간까지 함께 순장殉葬되었다

 


 

 

▲ 최선 시인   

마지막까지 할일을 마치고 서랍에 버려진 만년필을 보며 불러본 일도 얼굴조차 기억에 없는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서랍속에 잠든 만년필의 생애와 사람의 일생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지위를 더 달리고 싶었을 만년필 더 살고싶었을 아버지의 생이 겹쳐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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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17 [18:3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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