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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
 
홍영수 시인   기사입력  2020/02/19 [16:54]

햇살에 걸린 은빛 파도로
돌무늬에 시간의 눈금을 새기면서
얼마나 구도의 길을 걸었기에
손금 지워진 어부처럼
지문마저 지워져 반질거릴까.

 

낮게 임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깻돌, 콩돌, 몽돌이 되어
알몸 맨살 버무리며
철썩이는 파도의 물무늬로 미끈거릴까.

 

평생 누워 참선하면서
바다 소리 공양에 귀 기울이며
얼마나 잘 익은 득음을 했기에
수평선 너머 태풍을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

 

무한 고통의 탯줄을 끊은
저 작은 생명력, 그 앞에선
파도마저 차마 소리 죽여 왔다간다.

 

살아간다는 것은
잘 마모되어 간다는 것.
얼마나 더 마모되어야
내 안에 몽돌 하나 키울 수 있을까.

 


 

 

▲ 홍영수 시인    

바닷가는 몽돌(깻돌, 콩돌)들이 온통 천년의 댕돌되어 누워있다. 일렁이는 파도의 화살에 과녁이 되고 멱을 감으며, 긴긴 세월 닳고 닳아가며 지문을 지우고 있다. 그래서일까 몽돌은 견뎌온 세월만큼의 경험으로 먼 곳에서 다가오는 태풍의 눈짓을 어부들에게 미리 알려주고 있다. 거친 파도와 폭풍우에 맞서기보다는 차라리 품에 안겨 저들의 숨결로 호흡했을, 그래서 맨살 맨몸이 되어도 부끄럼 없이 지금도 그 몸짓, 그 숨결로 참선하는 해변에 道 한 알 되어 누워있다. 나도 함께 누우면 한 알의 道가 되어 젖어들 수 있을까? 완도 예송리 몽돌해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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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19 [16:5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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