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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린호르(Morin Khur)
 
강기원 시인   기사입력  2020/02/20 [18:20]

죽은 말은 갈기로 운다

 

죽은 말이 달려온다
쉼 없이 달려가는 사얀산맥처럼
달려온다
지축이 울린다
죽음 속 싱싱한 울음처럼 울린다

 

생전에 서서 잤던 말은
잠 속에서도 달렸고
죽음 속에서도 달린다

 

모린호르
모린호르

 

죽은 말은 갈기로 운다

 

달리고 달려와
밤의 허파 같은 달을 넘어
잠들지 못하는
죽지 못하는
내 귓속에 긴 숨을 불어넣는다
단내 나는 숨을 부려 놓는다

 

떼로 있어도
늘 홀로였던 말

 

죽은 말이 한 사람을 껴안고
오래 오래 달리고 있다
오래 오래 울고 있다

 


 

 

▲ 강기원 시인    

모린호르는 마두금. 말총의 현, 가죽의 울림통, 말머리 조각 장식이 되어 있는 악기이다. 마두금에 얽힌 전설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마두금 소리는 슬프다. 두 줄밖에 없는 악기가 내는 다양한 소리 속에는 몽골의 바람소리, 빗소리, 울음소리, 구름소리등이 들어가 있다. 활로 현을 켠다기 보다 주자의 늑골을 긁어내는 소리라는 느낌이 든다. 모린호르를 가슴에 안고 켤 때 악기 또한 그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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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20 [18:20]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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