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시간
 
성진숙 북구 신천초 교사   기사입력  2020/02/24 [15:50]
▲ 성진숙 북구 신천초 교사   

학급 운영에 두 가지 큰 기둥이 있다. 하나는 교과지도이고 다른 하나는 생활지도이다. 최근 많은 교사들이 생활지도에 비중을 둔다. 학교폭력의 만연화, 인성교육의 강조 등 교육 추세가 인성 중심으로 변화한 탓도 있지만, 인공지능,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이 지진 고유한 본성을 지닌 사람이 미래에 필요한 인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학급에서 생활지도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를 따라가기에 아이들의 변화는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으며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모나 많은 교사들이 학교교육을 받은 20세기는 교사당 학생수가 많았으며 자연스럽게 생활지도는 교사의 권위에 의지한 체벌중심의 학급 관리에 가까웠다. 예를 들어 학생이 갈등을 일으키면 잘잘못을 따져 벌을 주거나 체벌 등 부정적 강화를 통해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소거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학생들의 행동의 원인 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임시방편의 효과가 있을 뿐, 학생들이 진심으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거나 잘못된 행동의 수정이 이루어 지기는 힘들었다. 학생들은 학년이 바뀌거나 교사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친구를 좋아하는 A라는 학생이 있다. A는 마음을 표현하는데 서툴러 몸으로 과격하게 표현하거나 과격한 말투로 친구들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분노를 제어하는데 어려움이 있기도 하였다.

 

한창 서로를 탐색하는 시기인 학년 초, 친구들은 A의 큰 감정기복 어디에 맞추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다가 대부분 거리를 두는 방향을 택했고 A는 점점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고립되었다. 새 학년을 맞아 만난 A의 담임교사는 우선 쉬는 시간이나 방과후를 통해 A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었다.

 

그리고 A가 갈등을 일으킬 때 마다 A와 관련 친구들을 함께 불러 원인을 물어봐 주고 그 행동을 겪는 다른 아이들의 마음도 알 수 있도록 조정해 주었다. 5월쯤 되자 A의 얼굴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혼자만 있던 A가 쉬는 시간에 친구들 사이에 앉아서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갈등에 처한 친구의 마음을 공감해주기도 하고, 친구의 선물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교사는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꼈고 그것이A의 노력의 끝이자 변화의 완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의 변화는 말처럼 그리 쉽지 않았다. 어느 무더운 날에는 `심심해서` 같은 반 여학생의 배를 발로 차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짜증이 나서 주먹으로 친구의 얼굴을 가격하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기분이 나빠서 수업 중에 있는 여학생의 뒤통수를 후려치기도 하였다. 흐르는 시간 속에 있을 때, 교사는 A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느꼈다.

 

A의 변화는 시간이 흘러 학년이 끝나갈 시점에 비로소 명확히 보였다. 학년이 끝나갈 무렵, 반 아이들과 피구경기를 하였는데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A와 B가 충돌해 바닥으로 큰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짧은 순간, 교사의 마음 속에는 경험적으로 겪었던 여러가지 예상 가능한 부정적 상황들이 펼쳐졌다. 그러나 놀랍게도 다음 순간, A가 웃으며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고, B가 A의 손을 잡고 일어나는 것이다.

 

이렇듯 아이들의 변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며, 그 시간이라는 것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많은 양의 시간이어야 한다. 아이들의 변화의 양상이 정비례 그래프처럼 깔끔하면 좋겠지만, 아이의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는 마치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우량주식의 그래프와 닮아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분명 우상향 그래프인데, 단기간을 놓고 보면 가치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뚜렷한 성장세가 보이지 않거나 예측 불가능한 그래프처럼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변화를 기다릴 때 교사든 부모든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면 쉽게 지친다. 성장과 후퇴를 반복하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어야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인간중심 상담을 창시한 칼 로저스는 인간은 모두 `자기실현경향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였다. 이 자기실현경향성은 적절한 환경에 의해 발현되며, 이 시기의 아이들은 마치 씨앗과 같다.

 

씨앗을 싹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물, 햇빛, 흙 등 여러 요소가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요소는 시간이듯 아이들이 가진 저마다의 자기실현경향성을 발현하고자 한다면 아이에 대한 믿음, 칭찬과 격려, 관심 등을 주어야 하지만 이것의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심어 놓은 씨앗의 흙을 파서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곧 싹이 트고 꽃이 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여유롭게 지켜봐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기성세대인 부모나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존중이라는 이름의 교육일 것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0/02/24 [15:50]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