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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회>사회적 거리 두기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20/03/03 [15:56]
▲ 하송 시인    

며칠 전 비 오는 날이었습니다. 창문을 열고 조용히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다 갑자기 우산을 집어 들었습니다. 보건용 마스크를 쓰고 우산을 받고 집을 나섰습니다. 비가 내리는 천변의 산책길은 예상대로 한가했습니다. 가끔 한 명씩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빗물까지 더해서 불어난 냇물이 씩씩하게 흐르고 산책로 주위 풀도 파릇파릇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무심코 보아왔던 것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오랜만의 평화로움에 젖어 풀하고 눈 맞추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큰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소리 나는 쪽을 보니 냇물 건너편 산책로에 우산을 들고 걷고 있는 일가족 네 명이 보였습니다. 대여섯 살로 보이는 아이들이 힘껏 목청을 높여 소리를 지르자 냇물에서 한가로이 놀고 있는 물새 떼가 깜짝 놀라서 푸르르~ 날아올랐습니다. 그러자 뒤이어서 젊은 아빠가 물새들을 향해서 더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물새가 혼비백산해서 도망가는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그 가족들은 새를 쫓아 뛰어가면서 계속 소리를 질렀습니다. 한참을 걸어가니 아까 도망갔던 물새 가족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물새를 발견하자 아이들과 아빠가 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놀란 물새들이 급히 도망갔습니다. 눈살을 찌푸린 채 엄마는 뭐 하는지 돌아봤습니다. 엄마 역시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네 명의 행복한 가족의 웃음소리가 물새 가족의 놀란 날갯짓과 함께 멀리 울려 퍼졌습니다. 내 기쁨만이 우선인 채 주위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걱정과 함께 씁쓸함이 몰려왔습니다. 그 가족이 옆에 있으면 말리고 싶었지만 거리가 멀어서 어쩌지 못한 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새를 놀리는 것도 지쳤는지 소리치던 가족이 돌아갔습니다. 드디어 산책길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갑자기 음악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습니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할아버지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 노랫가락이었습니다. 산책로라서 차 위험도 없이 안전하니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텔레비전을 켜자 오늘도 감염병 확진자가 대거 늘어나고 사망자도 몇 명 발생했다는 뉴스 속보가 나왔습니다. 문득 머리가 띵~ 해오면서 내 주위의 모든 것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책길에서 만나 물새 가족을 배려하지 않는 가족이나, 음악 크게 틀고 다니는 할아버지 역시 건강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함이 몰려왔습니다. 내 마음대로 맞춘 잣대로 기준을 잡고 주위 사람들을 평가하며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누며 혼자 심판하고 상벌을 주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감염병때문에 점점 커져가는 불안감 속에서 사람 한 명은 말할 것 없고 풀 한 포기까지 모든 것에 감사함이 우러났습니다. 3월 2일 월요일인 오늘, 예전대로면 학교 개학 날입니다. 휴업 상태로 아이들 한 명 보이지 않는 텅 빈 운동장을 바라보며 출근하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교무실에 교직원들만 모인 채 새로 부임한 교사 소개를 하고 각자 교실로 가서 업무를 봤습니다. 초ㆍ중ㆍ고등학교 개학이 2주 더 연기됐습니다. 2월에 이미 완성된 올해 학교교육과정을 수정해서 재 수립해야 합니다. 앞으로 3주만큼의 방학이 줄어들 예정입니다. 정부에서는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며 모임을 갖지 말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다중 시설에 가지 않기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역시 사회적 동물인 것 같습니다. 외부와 단절된 생활 속에서 사람 냄새가 그리워집니다. 그동안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의사협회가 캠페인을 제안했습니다. 3.1.1.운동으로 3월 첫 주 일주일 동안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자는 것입니다. 방역 당국에서는 3월 첫째 주와 둘째 주를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민 모두 솔선수범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철저히 지켜야 하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무원, 의료인을 비롯하여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시는 모든 분께 크나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큰절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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