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때는 네 맘대로 왔지만 갈 때는 네 맘대로 갈 수 없다네 왔으면 앉기나 할 일이지 서있기는 왜 서있어
그대가 전에 내 가슴에 불을 질렀을 때처럼 타는 것 또한 그렇게 오래오래 탔으면 좋겠네 그 때처럼 활활 탔으면 좋겠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앉지도 서지도 않은 엉거주춤한 그대여 아주 마음을 내려놓던지 어서 몸을 거두어가던지 웃고만 있으면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올 때는 네 맘대로 왔지만 가고 싶다고 어찌 네 맘대로 갈 수 있나 보내는 것은 내 맘대로 라네
콩 한 조각도 나누어 먹던 시절이 있었다. 떡 접시를 들고 집집으로 심부름 가던 기억이 남아 있다. 옛말에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이 있고,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정에 호소하며 정으로 살아가는 민족이기 때문에 이 말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라 할지라도 만나면서 정이 들고 형제 못지않은 따뜻함을 느끼는 것을 1940~1960년에는 이웃사촌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요즘은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서 살면서도 누가 누군지를 모른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얼굴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인사는커녕 핸드폰을 들여다보거나 벽에 걸린 거울 속 자신과 눈을 맞춘다. 어쩌다가 이렇게 세상이 변했는지 모르겠다. 옛날엔 동네 친구, 동네 형 또는 누나 사이에도 다정다감했다.
이웃집 아저씨 아주머니는 부모와 같았다.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서로 안부를 물었다. 소통하면서 상의하면서 살았다. 요즈음 이웃사촌은 사라졌다. 비록 가난하고 어렵게만 살아가던 시절이었지만 서로를 보듬어주며 서로에게 기대라며 어깨를 내주는 위집 아랫집 옆집 사촌들이 있었다.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오는 정 가는 정은 고사하고 `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가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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