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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지도의 새로운 패러다임 `회복적 생활교육`
 
성진숙 북구 신천초 교사   기사입력  2020/03/24 [16:05]
▲ 성진숙 북구 신천초 교사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격언이 있다.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행동을 문제 삼아 비난하더라도 사람은 행동과 분리해 사람 자체를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다. 부적절한 행동을 한 사람일지라도 본성은 선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현대를 사는 우리도 이처럼 사람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우리가 즐겨 보는 드라마나 영화는 주로 `권선징악`의 주제를 다루며 선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인은 벌을 받는다. 드라마 속 악인은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존재로 그려지며 마지막에 그들이 가혹한 응징을 받을 때는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권선징악의 메시지가 사람들로 하여금 악한 일을 멀리하는 계몽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범죄의 형태는 더 잔인해지고, 폭력의 연령대는 더 낮아져 초등학생까지 학교폭력의 이름으로 폭력이 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의 생활교육을 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교실에서는 권선징악의 논리로 생활지도를 해왔다. 교실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갈등의 당사자를 불러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눈 후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훈육해왔다.

 

이러한 생활지도방식을 `응보적 생활지도`라고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해자는 이미 죄값을 치루었다 생각하므로 피해자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지 않으며, 심지어 부적절한 행동과 관계없는 강력한 체벌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억울함이나 분노가 남아 피해자에 대한 감정의 잔재가 남기 쉽다.

 

이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응보적 생활지도는 갈등상황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누고 체벌하면 되므로 절차가 간단하고 체벌의 공포로 인해 일시적으로 학생들의 부정적 행동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응보적 생활지도를 경험한 학생들은 교사나 부모의 눈을 피해 더욱 내밀하고 조직적으로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실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회복적 생활지도`를 들 수 있다. 회복적 생활지도는 그릇된 행동으로 인해 가려진 인간의 선한 본성을 회복시킨다는 의미를 가진다.

 

회복적 생활지도가 응보적 생활지도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갈등을 보는 관점에 있다. 응보적 생활지도에서의 갈등은 있어서는 안되며 빨리 처리해야 할 부정적인 관점으로 보는 반면, 회복적 생활지도에서의 갈등은 학급 구성원들이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관점으로 본다. 이는 다양한 성장배경과 성격적 특성을 가진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급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에 수시로 직면해야 하는 학생과 교사로 하여금 갈등에 대한 심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또한 회복적 생활교육은 응보적 생활지도와는 달리 갈등 해결 과정의 초점이 오롯이 피해자에게 맞추어진다. 가해 학생은 나의 행동이 피해 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직면하게 되며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어떻게 바로잡을지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온전한 사과를 받고 가해자도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진심으로 반성하게 된다.

 

다소 자기중심적이고 작은 분노에도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던 A는 교사가 아무리 역지사지를 들어가며 피해학생의 입장을 설명해도 그 속상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교사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영혼 없이 사과하는 `척` 했을 뿐이었다. 비슷한 갈등이 발생한 어느 날, 반 전체가 회복적 생활교육의 대표 형태인 회복 서클을 열었다. 서클이 끝나갈 때쯤, 놀랍게도 A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고, 피해자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사과하겠노라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 하였다.

 

이는 회복적 생활교육이 지닌 가능성과 잠재적 에너지를 알 수 있는 여러 예시 중 하나이다.  맹자는 성선설을 통해 인간은 선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였다. 나쁜 상황에 휘둘리는 인간이 있을 뿐, 인간은 자신의 그릇된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면 그 행동에 책임을 지고 반성할 줄 아는 존재라는 의미이다. 현대는 혼밥, 혼술의 유행으로 대표되는 개인화가 만연한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마음을 연결하고 서로의 존재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통해 자신의 내재된 선함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선한 웃음과 열린 마음으로 친구를 대하고,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며 친구를 향한 공감과 신뢰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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