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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밥그릇을 위한 기도
 
이영식 시인   기사입력  2020/03/24 [16:07]

한 여자가 떠났습니다.

 

취할 새도 없이 쨍그랑! 외마디 비명 남기고 여자는 벼랑 아래로 몸을 날렸습니다.

 

보석이나 명품에는 눈도 주지 않고 소풍은커녕 외출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여자입니다.

 

늘 몸 정갈하게 닦고 기다리다가 삼시세끼 챙겨주던 그런 여자입니다.

 

치장이라면 자기 몸에 福자나 목숨 壽자를 새겨 나의 복 나의 장수를 빌어주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여자입니다.

 

백 년만의 추위라던 어느 겨울날 아랫목 이불 속에서 데웠다가 뜨끈하게 열어주던 가슴의 지극한 정성을 어찌 잊겠습니까?

 

신이시여! 맹목의 사랑 퍼주고 간 그 여자를 좋은 곳으로 인도하시고 원하옵건대 다음 생에는 그가 나의 주인으로 오게 하소서.

 

무간지옥 어떤 불구덩이를 건너서라도 그 여자에게 따듯한 밥 한 그릇 올리고 싶습니다.

 


 

 

▲ 이영식 시인   

꽃나무 한 그루 심으려 땅을 파보니 폐비닐조각이 끌려 나온다. 차라리 사금파리 조각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 죽어서도 날이 선 선비 같은 사금파리에 손이라도 베었으면 좋겠다. 조각조각 이어붙이면 청자이거나 백자항아리로 다시 태어날지도 모를 정신, 한 조각이 그립다. 요즘 현대시의 밭에도 서정의 탈을 쓴 좀비들이 난무하고 있다. 시인공화국, 파종하듯 뿌려지는 시앗들이 그렇다. 독자에게 외면당해 시집 판매대도 잃고 시인끼리 돌려 읽는 불통의 언어. 뜻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느낌으로 따라오라는 오만덩어리들. 복사나무 가지 휘어질 듯 큰 달항아리가 걸린 봄밤이다. 저 은은한 달빛 녹여 누가 시를 쓰고 있는가. 누가 시를 읽고 있는가. 수복문壽福文 밥그릇처럼 따듯한, 사금파리 날처럼 서늘한, 품어 안으면 달덩이처럼 가슴 부풀어 오르는 그런 시를 시집을 만나고 싶다. 시인이 쓰고 독자가 읽어 완성하는 상생의 시 세계로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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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24 [16:07]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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