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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지
 
김도향 시인   기사입력  2020/03/25 [16:02]

세 치 기둥에 묶여 맴맴
서로를 물어뜯는 먹이사슬
오랜 불신이 가져 온 형틀
가락지는 탈출하려고
호시탐탐 사방 훑어보고
손가락은 감시의 눈초리 거두지 않고
가락지는 제 몸 축내며 기회 엿 보고
손가락은 제 살 허물며 버팅기고
가락지는 낡아가며 체념하고
손가락은 늙어가며 망각하고
이젠 서로의 존재조차 잊은 채
가락지는 손가락이 밉지 않고
손가락은 가락지가 안성맞춤인 듯
서로의 몸에 배여 세월 잊었다

 


 

 

▲ 김도향 시인   

인간의 습성이란 어떻게 길들려지느냐. 불가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 삼생의 습 내지 업으로 생활하고 직업을 갖게 되고 생이 다 할 때까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 습관이라 했으니, 처음 낀 가락지처럼 어색하고 갑갑하고, 자주 눈길이 가고 손가락도 아프고 근질근질 거리고 몇 번씩 뺏다 끼웠다, 자랑도 하고 싶었다가 조금씩 익숙해질 때면, 서로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어 끙끙대고 자유를 갈망하며 딴 세상을 꿈꾸고, 몸과 마음, 사람과 사람, 남과 여, 생물과 무생물 등과 같이 부부 사이의 괴리감은 점점 깊어가고 가끔 만날 때와 연애 할 때와 결혼했을 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암나사와 숫나사의 느슨해지는 긴장력, 서로 간의 불신이 생기고 싸우다가 책망하다가 행복했다가 불행했다가, 불가사리의 현란한 몸짓처럼 변덕스런 마음 어느 때쯤이면 체념해버리고, 제 손에 낀 가락지조차 잊은 채 제 옆에 있는 부부조차 잊은 채 한몸으로 느껴지는 오랜 인습에 길들려질 때 있는 듯 없는 듯 달과 별처럼 가장 편안한 모든 관계에 안주한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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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25 [16:0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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