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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홉스의 주권론(4)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기사입력  2020/03/25 [16:04]
▲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    

홉스가 볼 때 인간은 공권력의 제약을 받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의 자유와 생명, 재산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다. 공권력이 없는 자연적인 인간 사회에서라면 개개인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남보다 더 큰 힘을 갖고자 하는 욕구를 억제하지 못한다. 홉스는 이를 국가 이전, 즉 사회계약을 체결하기 이전 인간 사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여겼다.

 

그는 이 상황을 자연 상태라고 불렀는데, 자연 상태의 상태가 인공적으로 만든 국가(state)와 같은 단어로 표현되는 게 흥미롭다. 아무튼 인공 국가가 없는 자연 상태에서 개개인의 선택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고자 더 큰 권력을 추구하는 것인바, 이런 개개인의 선택이 가져오는 집합적 결과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일상화다.

 

자연적 평등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힘에서 밀리면 죽는다"는 공포뿐이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사회계약을 하게 될 텐데, 이때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연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게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주권은 절대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달리 말해 주권이 쉽게 해지된다면 자연 상태로의 퇴락을 막을 길은 없다는 것이다. 홉스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주권의 해지나 붕괴 상황이다. 국가가 주권을 상실하면 어떻게 될까. 무국가 식민 상태가 된다. 정부가 주권을 상실하면 무정부 상황이 된다. 주권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 이상으로 쪼개지면 내전이다.

 

1860년대의 미국이나 오늘날의 시리아처럼 주권을 주장하는 정부가 하나 이상이 되면 시민 사이의 전쟁, 즉 내전(civil war)은 불가피하다. 주권의 양도는 안 될까. 그것도 어렵다. 입법이나 집행 기능처럼 제한된 기능이나 역할을 양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주권은 안 된다. 식민지가 입법이나 행정 기능을 본국 정부로부터 양도받는다 해도 독립된 주권 국가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여러 명일 수도 없고, 집권당의 역할을 민간에 양도할 수도 없다. 주권은 반드시 존재해야 하고 존재하는 동안 모두로부터 존중되어야 한다.

 

주권이 약화되면 공동체의 분열만이 아니라 개인의 기본권도 안전하게 보호받기 어렵다. 주권적 통치 질서가 안정되어야 종교의 자유도 보장될 수 있다. 제아무리 천상의 정부나 초월적 국가론을 갖고 있는 종교단체가 있다 하더라도 세속의 국가/정부의 공적 명령을 준수하지 않으면 국가의 안위는 물론 영혼의 평화도 있을 수 없다.

 

그렇기에 주권은 곧 국가 전체, 시민 전체의 문제이며 시민 개개인으로 흩어질 수 없다. 시민 개개인이 갖는 것은 기본권이지 주권이 아니다. 주권은 오로지 시민 총회에서만 발생하는 데 지금 우리는 4년에 한 번 총선을 통해 입법부를 뽑고, 5년에 한 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최고 통치자의 주권적 기초를 확립한다.

 

이러한 절차가 편의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하면 정치체제는 붕괴될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홉스의 경고다. 주권이 이렇게나 절대적인 것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당시 홉스는 무신론자라는 혐의로 종교재판에 불려나가면서까지 고수하려 했다.

 

다시 한 번 가상적 상황을 들어 긴 논의의 결론을 내려 보자. 만약 대통령 탄핵이 한 번 더 시도되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까? 아리스토텔레스의 기대처럼, 나쁜 권력은 몰락하고 좋은 정치의 전망을 갖게 될까? 시민의 삶 속에서 연대와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윤리적 기초는 더 튼튼해질까? 아니면 마키아벨리의 지침대로 이전 정권을 이끈 세력들을 반발할 엄두조차 낼 수 없도록 철저하게 제거하고 척결하는 것을 통해 더 이상 탄핵의 `탄` 자로 나오지 않게 하면 안전해질까?

 

이것도 아니라면 플라톤의 바람대로, 대통령탄핵을 총체적 변혁과 국가대개조를 위한 계기로 삼고 미리부터 새로운 국정기획을 준비해야 할까? 그래서 모든 갈등이 사라진 이상 국가를 만들 수 있을까. 대통령 탄핵을 긍정하는 이상의 접근은 민주 정치의 발전을 가져오게 될까? 혹 우리사회를 더 큰 갈등과 분열로 이끌지는 않을까? 홉스라면 어땠을까. 대통령 탄핵이 한 번 더 이루어지고, 그렇듯 쉽게 주권의 해지가 가능해지면 정치는 싸우고, 시민은 대립하고, 공동체는 해체로 치닫고, 기본권은 침해되는 악순환이 될 거라 보지 않았을까.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원한과 복수의 정치가 심화된다는 경고를 하지 않았을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 탄핵을 반복해 온 남미 대통령제 국가들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으라고 조언하지 않았을까? 제아무리 민주주의라 해도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다며, 과도한 기대를 절제하고 다음 선거 때까지 기다려 정상적인 정치의 방법으로 정권 교체를 추구하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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