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7.11 전당대회' 후유증이 가라앉기는커녕 심화될 위기에 빠졌다.
강재섭 대표와 이 최고위원간 감정의 앙금이 쉽사리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게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 대표가 지난 14일 이재오 최고위원이 칩거해 있는 전남 순천 선암사를 전격 방문했을 때만 하더라도 둘 사이의 갈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당내에서 흘러나왔지만 상황은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대표경선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색깔론' 시비가 일어난 것과 관련, 내심 공식사과를 해주기를 희망했지만 강 대표가 유감 표명을 하는 데 그쳤다면서 마음을 되돌리지 못하고 있는 것.
이 최고위원은 또 선암사 면담 때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한 것을 강 대표측이 "대승적 차원에서 생각하겠다"고 브리핑한 데 대해서도 '왜곡'이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최고위원은 16일 선암사 부근 암자에서 혼자 참선을 하면서 최고위원직 사퇴 등을 포함한 향후 진로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최고위원이 17일 오후 상경해 18일부터는 당무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고민의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15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수구보수로는 '우파대연합'을 이룰 수 없다. 내가 수구보수 지도부에 있으면 우파대연합을 이룰 수 없지 않느냐"며 최고위원직 사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의 측근 의원은 "이 최고위원이 최고위원 사퇴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만류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막판 고심중"이라고 전했다.
이 최고위원측은 또 대표경선 과정의 '색깔론' 시비와 박근혜 전 대표의 전당대회장에서의 강 대표 지원 의혹 등에 대한 당 차원의 진상조사도 요구했다.
핵심측근인 진수희 의원은 15일 박재완 대표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표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박 실장은 "공식적 문제제기가 아닌 만큼 강 대표가 입장을 밝힐 계제는 아니다. 진상조사가 이뤄진들 실효성이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최고위원의 당무 거부가 장기화되면서 대표경선 때의 계파 갈등 기류가 재연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근인 전여옥 최고위원은 16일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대표경선 과정에 대해서는 이 최고위원 뿐 아니라 8명의 주자들 모두 태산 같이 할 말이 있다. 더 이상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면 당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될 것"이라며 이 최고위원의 당무 복귀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