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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일-가정양립,그리고 리더십
 
박기태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기사입력  2020/03/26 [15:58]
▲ 박기태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시끌시끌하다. 수많은 사람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호흡기 질환을 겪었으며 안타깝게도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 시 병원에 입원하거나 자가격리 등의 방식으로 감염증에서 벗어나고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현상은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자가격리와 재택근무를 통해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의 필요성과 조직문화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대한민국은 `제도상으로는` 상당히 가족친화적인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전쟁 중이었던 1953년 5월10일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출산한 여성에게 60일 간의 산전후휴가를 보장하였고 이후 개정을 통해 90일의 산전후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인 육아휴직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부모 모두에게 최대 1년간의 유급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남성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대한민국의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배우자가 출산을 한 경우, 남성 근로자는 유급으로 10일 간의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이후 자녀 양육을 위해 1년간의 육아휴직을 사용하여 총 375일의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에 있어 가장 선진적이라 하는 북유럽 국가들보다도 훨씬 긴 기간이다.


제도적으로는 상당히 가족친화적이고 문서상으로는 세계 최장기간의 유급휴가를 아빠에게 부여한다지만 현실은 어떨까?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총 10만5165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으며 그 중 2만2297명이 남성(여성 8만2868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 중 21.2%를 차지하고 있고 그 숫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다른 제도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남성 이용자는 2018년 총 550명(전체 3820명)으로 전체 사용자 3820명 중 14.4%이다. 정부의 통계를 얼핏 보면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의 활용은 개선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육아휴직의 경우 남성 사용자 수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여전히 여성 중심으로 사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전체 남성 육아휴직자 중 절반 이상이 300인 이상 기업에 종사하고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역시 여성이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현실로 돌아와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했지만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제도 자체의 사용에서 배제되어 있으며 사용을 하더라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일-가정 양립 프로그램 사용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사용할 경우 일자리마저 위협받는다. 무급 가족돌봄휴가는 사용 시 정규직 근로자마저 소득 감소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장기간의 휴가ㆍ휴직을 사용하고 복귀할 경우 임금인상 및 승진배제, 해고 등을 경험하는 비중 역시 상당하다. 결국 근로자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돌봄이 필요한 자녀들마저 비상돌봄의 형태로 교육기관에 보내진다. 이러한 근로자들의 부정적 경험에는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의 활용을 이상적 노동자 규범의 위반으로 인식하고 그 활용을 처벌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조직친화적인 리더십이 중심에 있다.

 

`코로나-19`로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의 중요성과 그를 통한 바이러스 확산 방지의 필요성이 부각됨에도 가족친화적이지 않은 리더십은 사회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각 기업 로비의 열화상카메라는 지금도 열심히 `코로나-19`로 발열증상이 있는 환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건물 내부 가장 좋은 자리에 있는 상당수의 리더들은 이상적 노동자 규범을 위반하는 근로자들을 찾고 있다. 리더의 생각을 바꿔 `아파도 출근한다`의 프레임이 아닌 `아프면 쉰다`로의 근무형태와 근무여건의 변화를 꾀할 시점이 되었다.

 

`코로나-19`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기에 생활방역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 강조하듯 현재의 상황은 국가적 위기이다.

 

그러나 늘 그랬듯 우리는 극복할 수 있고 `코로나-19`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와 새로운 직장문화가 자리잡게 될 수도 있다. 재택근무, 자가격리의 단순한 확대를 넘어 일-가정 양립에 대한 리더의 인식변화가 `코로나-19`의 또 다른 극복책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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