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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금의 이웃
 
김재범 도예가 자운도예학원 대표   기사입력  2020/03/26 [17:03]
▲ 김재범 도예가 자운도예학원 대표   

새해 덕담으로 주고받았던 희망에 찬 포부는 출발과 동시에 새로운 바이러스 코로나19의 출현으로 여지없이 헝클어지고 있다. 지금쯤이라면 상춘객들로 넘실거려야 할 삼천리 방방곡곡이 `사회적 거리 두기나 물리적 거리 두기` 실천으로 세상은 정지된 화면이 되고 말았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겨를조차 없다. 서로서로 귀한 보물단지 감추듯 스스로 가두어두는 일로 여념이 없다.

 

세계 각국은 인류가 이루어 낸 글로벌 사회를 빗장을 걸어 국경을 폐쇄하거나 입국을 금지시키며 수년 전 문명으로 뒷걸음치고 있다. 그야말로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들이다. 이번 감염병 사태가 `세계적 유행`으로 이어지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만큼 지금 세계는 일일 문화권에 속할 만큼 빠른 교통체계를 갖추고 있어 교류가 활발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발전된 디지털 문명은 지금 이시각 에도 전 세계의 상황을 바로바로 전해들을 수 있다. 물리적 거리는 그대로 있어도 심리적 거리는 마음먹기 따라선 매우 가까워진 셈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확산일로에 있었을 때 우리나라에 취업 중이던 동남아 근로자들은 자기네 나라가 더 안전하다며 연수기간 연장을 종료하고 서둘러 짐을 꾸려 출국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한때 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선택한 기회의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 선진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우리나라 아닌가. 만약 그들이 자기 나라에 돌아가서`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온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거나 전염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심만으로 출국을 서둘렀을까? 상념에 잠긴 며칠 후 사회관계망으로 받은 문자에는 이번 사태를 잘 대처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이 외국에 소개되는 뉴스를 보면서 의젓한 선진국의 진면목을 갖추어가고 있다는 신뢰와 안도감이 들었다.

 

우리가 나서서 자랑하는 것도 아닌 그들 스스로 자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면서 내놓은 칭찬이었다. 한때 최빈국이었던 우리가 지금 세계적 모범국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위기와 기회는 함께 등지고 있다 하지 않던가. 이번 사태가 진정될 즈음이면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은 21세기 이후 우리나라 미래의 경쟁력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마저 갖게 한다.

 

물론 코로나19 상황 예측이 어려운 시점에서 성급한 결론은 자칫 다된 밥에 코를 빠뜨릴 수도 있어 조심스럽지만 말이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또 내가 걷는게 걷는게 아니야 너의 기억 그 속에서 난 눈물 흘려 너를 기다릴 뿐"이라는 노랫말처럼 깔끔하게 정리된 상황은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그래도 희망 한줄기 자긍심 한 잎 봄의 조각을 떠올리며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미리 빌려다 써보는 것이다.


세계 여러 선진국들의 코로나19 사태 대응방식이나 대처능력을 엿보며 살기 좋은 나라나 이웃은 잘 만들어 가는 것임을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동양인을 대 놓고 비하하는 그들이 우리를 좋은 이웃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싹이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

 

고래로 좋은 이웃, 좋은 친구와 함께 산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무엇이라 여기지 않았던가. 며해 전 고객이 그릇을 주문하면서 우정이 돈독한 모임의 의미를 담은 글귀를 넣어 줄 수 있느냐고 했다. "소취하당취백"을 새긴 머그컵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었다. "소주에 취하면 하루가 즐겁고, 당신에게 취하면 백년이 즐겁다."는 뜻이라 했다.

 

중국 남북조 시대 남사에 고위관리를 지낸 송계아란 사람이 퇴후지지(退後之地)를 준비하던 일화에`백만매택百萬買宅 천만매린千萬買隣 인향만리人香萬里`이야기가 전해진다. 오늘날까지 이웃의 의미와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산술적으로 계산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는 평생 벗으로 삼을 여승진의 이웃집을 천백만금에 사게 되는데, 그 당시 시세가 백만금 밖에 안 쳐주는 집을 그 열배인 천만금을 더 주고 샀다는 일화이다. 좋은 이웃을 삼기 위해 웃돈으로 천만금을 지불했다니 얼마나 대단한가. 세상 잠잠해진 후 퇴후지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나는 좋은 이웃인가`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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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26 [17:0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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