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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세대
 
권수진 시인   기사입력  2020/03/26 [17:04]

청춘의 뒤안길은 언제나 하루가 시집처럼 헐거웠다. 낭만이 메마른 사막에서 사랑보다 아픈 시험을 치르고 나면 정수리까지 신열이 차올랐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해 두 주먹 불끈 쥐고 전력 질주했지만, 그녀는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신기루였다. 흑백사진 속의 아스라한 변명만이 익숙한 시구처럼 귓전을 맴돌았다.

 

인생의 봄날은 섬광처럼 붉게 지나갔다. 이마에 굴곡진 주름이 깊을수록 시간을 거슬러 여명을 맞이하는 순간을 기다렸다. 발톱을 숨긴 채 악수를 청해도 상대의 날갯죽지는 쉽게 부러지지 않았다. 밤마다 고뇌하는 영혼들이 순수할 거라는 오만을 부릴 때마다 창공이 맞닿은 지평선은 점점 섬 밖으로 밀려 나갔다. 멀리서 갯바위를 후려치는 해조음 소리, 무성하게 들려온다.

 

어느덧 낙조가 산허리에 걸칠 무렵 음지에 서식하는 검버섯이 만발했다. 계곡 사이로 흐르는 여울물 소리는 좀체 들리지 않고, 흩날리는 눈발에 맞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바람, 동면하는 짐승들의 적막감은 아직도 캄캄한 터널 속을 지나가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창작의 고통을 겪어야만 영롱한 이슬은 풀꽃으로 피어나는가, 세상이 잠시 출렁인다.

 


 

 

▲ 권수진 시인    

경제성장 가도를 멈춘 이후로 실업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맹자는 항산(恒産)이 없는 곳에는 항심(恒心)도 없다고 했다. 경기 침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들에게로 전가되었고 그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삼포세대로 전락하였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청춘이 행복해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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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26 [17:0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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