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헌 전 서라벌대 겸임교수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코로나19의 영향이 가장 큰 이유가 되겠지만 `사즉생` 마음가짐으로 선거 운동을 하는 후보가 별로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유권자 접촉이 이전보다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조용할 수가 있나. 혹시 코로나를 핑계 삼아 후보들이 나태해 진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선거는 후보자들이 입씨름을 벌리고 그 와중에 사실과 거짓이 상당수 드러나야 제 맛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잠잠하고 안온해서야 누가 검은 까마귀인지 흰 까마귀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 게다가 정치 쟁점은 사라지고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만 온통 언론매체를 채우고 있으니 국민들이 별로 선거에 관심을 가질 만한 여유가 없어졌고 그에 따라 선택 방향도 흐려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가 후보자 검증을 선거 홍보지에 의존해야 하거나 정당 기호만 보고 무턱대고 투표하는 `깜깜이 투표`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또 후보자들이 코로나19를 핑계로 `사즉생` 선거운동을 펼치지 않듯이 유권자 역시 코로나19를 핑계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감염 사태`가 벌어지진 않을까 걱정된다.

이렇게 참여도가 저조해지면 다음 단계는 정해져 있다. 다수 유권자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이 4년 동안 멋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며 철학자인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런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또 "정치에 참여하기를 거부함으로써 받는 벌 중 하나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19에 맞서 싸우는 우리 국민들의 저력은 이미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바다. 외국에서 툭하면 발생하는 `사재기 현상`이 이번 코로나 사태 기간 한국에서 발생한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특히 `봉쇄 조치` 운운이 나돌던 대구지역에서 조차 그런 기미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만일 그런 일이 미국 LA 지역에서 발생했다면 어떤 상황이 연출됐을지 상상하고 남는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단합된 힘과 협조로 이 크나 큰 사건을 이겨내고 있고 전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 돌이켜 보건대 우리 국민들의 위대함은 지난 시절에도 있었다.

외환위기, 태안 기름유출사고, 민주화 운동 등 국난 위기 때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는 한국 국민들의 위대한 국민성을 모르는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왜 정치만 끼어들면 3류급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것일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 우리 국민들이라면 이번에도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

정치를 바로 세우고 국민이 행복해지려면 주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해 올바른 일꾼을 선택하는 길 밖에 없다. 여야 후보들이야 자신들의 주장과 입맛에 맞춰 정권 심판, 야권 심판, 노동자 권익 옹호 등 별별 구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우리 유권자들은 우리를 잘 살게 하는 인물을 선택하면 된다.

`잘 살게 하는 인물`이 가지는 포괄적 의미가 무수하지만 거기에 초점을 맞춰 사람을 고르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첫 번째 단계가 바로 모든 유권자가 투표에 동참해 좀 더 나은 사람을 대표로 뽑는 일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1류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정치도 1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번에 우리의 힘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힘은 바로 위대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손에서 나온다. 우리가 선거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바로 정치인들이 `정치가 직업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것`임을 일깨우는 유일한 방법이다. 따라서 1등 국민, 위대한 나라, 위대한 국민을 지탱하는 것은 정치가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