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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봄
 
양소빈 북구 달천중 행정실장   기사입력  2020/03/29 [18:26]
▲ 양소빈 북구 달천중 행정실장   

봄은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다. 5주나 연기된 4월 개학을 모르는 듯. 해마다 신입생 입학식을 시작으로 학생임원 선출과 학부모 상담주간 및 학부모 총회를 거쳐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을 끝으로 마무리되는 치열했던 3월을 겪어온지라 코로나 팬더믹으로 유례없는 신학기를 맞은 학교가 낯설기만 하다. 인조잔디에서 친환경 마사토로 탈바꿈한 넓은 운동장은 축구와 농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유해환경으로부터 안전한 학생들의 체육학습권 보장을 위해 지난 연말부터 2월 봄방학까지 수개월 동안 공들인 작품이다. 온종일 수업받는 학생들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더 넓어진 와이드 책상과 더 편안하고 가벼워진 걸상으로 바뀐 교실도 엷게 미소 지을 학생들을 마냥 기다린다. 내부 도색으로 더욱 산뜻하고 아늑해진 교실은 덤이다.

 

매끈한 법랑 칠판 교체, 급식소 대형 온수기 교체, 분사형 손소독기 추가 구매 또한 오롯이 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 네모난 책상에서 싱그런 10대를 보내는 학생들에게 새 단장된 학교 환경이 작은 위로가 되어 안정감과 쾌적함을 더하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학교방역 가이드라인에 따라 학교 현장은 출입문을 하나만 개방하여 코로나 19 예방 수칙 안내문을 게시하고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있다. 매일 교직원 및 방문자 대상 발열체크, 문 손잡이 알콜 소독과 건물 특별 방역도 마쳤다.

 

개학 후 학생들을 맞이하게 될 학교는 부족했던 마스크와 손소독제 같은 방역물품을 채웠고 유증상자를 위한 일시적 관찰실도 완비했다. 교실 책걸상 한 줄 재배치, 배식 시간 분산, 한 줄 식사, 식탁 가림막 설치, 간편식 제공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최근 휴업 중인 학교를 현장 방문하신 교육감을 직접 뵐 기회가 있었다.

 

교육청 예산으로 열화상 카메라와 마스크 6장 일괄 배부를 말씀하시기에 앞서 학교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있냐는 질문을 먼저 하셨다. 무상급식, 무상교복, 고등학교 무상교육 정책으로 소외계층을 위한 선택복지와 함께 모든 학생들의 보편적 교육복지를 완성한 울산교육 수장의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단호한 의지가 강하게 전해졌다.

 

작년 우리 학교에 신입생으로 입학해 휠체어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이 우리 학교로 배정이 확정된 후 나는 내가 휠체어를 타고 있다고 상상하며 주차장에서부터 현관 입구, 복도, 교실, 화장실, 식당, 강당까지 수차례 둘러보았다.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모두 갖춰져 있어 이동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학생이 입학한 후 학교생활 중에 화장실 사용을 어려워해 전용 비데를 따로 설치해 주었다.

 

그리고 급식소의 6인용 식탁 의자 두 개를 떼어내어 넓은 공간에서 휠체어 탄 채로 식사할 수 있도록 조치해 주었다. 교육청에서 지원해준 예산으로 강당 무대 이동식 리프트도 구비해 놓았다. 2학년 진급 무렵이 되자 1층에서 3층으로 교실을 옮겨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학교에서는 몸이 불편한 이 학생의 동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후배 신입생을 3층 교실로 올리고 2학년은 계속 1층 공간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얼마 전 조현병을 앓은 두 아들 중 한 아이를 먼저 보낸 아버지가 정신질환자 가족 이야기를 담은 론 파워스의「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를 접한 적 있다. 두 아이 중 살아있는 큰 아들은 현재 약물치료로 병을 거의 완치해 일상생활로 복귀했고 어쩌면 작은 아들이 지금의 의료진을 만났더라면 극단의 선택까진 하지 않았을 거라 했다.

 

의료진의 판단과 대처, 약물 처방에 따라 결과에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내어 사회적 관심으로 이어져 미흡한 제도를 개선하는데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력히 호소했다. 지배적 비가시성에 묻혀버린 떨리는 목소리와 손에 쥔 종이의 바르르 떨림은 상대방과의 동등한 관계를 전제할 수 없다. 따뜻한 손을 먼저 내밀어 학생의 떨리는 손을 잡아주는 것이 교육이어야 한다.

 

학생에게 교육은 순수성과 공평성의 잣대로 정의로운 가치를 지녀야 한다. 주위의 시선을 피해 학교 화장실에서 홀로 인슐린 주사를 맞는 소아 당뇨를 앓는 학생에게는 누군가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간절한 바램일 수 있다. 평범한 친구와 다름으로 인해 소외되지 않게 마음 다치지 않도록 세심히 챙기며 관심가져야 하는 것은 학교 현장을 지키는 우리의 본분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하며 하루를 충실히 살다보면 우리가 꿈꾸는 교육의 봄이 어느덧 성큼 내게로 와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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