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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Dummy)
 
김승 시인   기사입력  2020/03/31 [18:19]

자동차 충돌 시험장에서
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서
지하철 스크린도어에서
사람 대신 죽어야 하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뛰어든 여름방학 아르바이트
퇴근 후 국밥 한 그릇 하자던 정태 형이
하얀 연탄재를 뒤집어써 눈만 반짝이던
나를 보면서 하던 말
하얀 마네킹

 

주말에 만나자던 정이의 모습이
스크린 도어에 어른거릴 때
컵라면 먹는 시간마저 반납했을 때
안~되~ 어머니의 목소리마저 저 깊은 터널 속으로 빠져들어 갔을 때

 

24살 대학 3학년이었다

 

전문가들이 가슴에 부딪힌 충격값과
벨트에 팔다리가 끼이면서 말려 들어간 시간과
가해졌던 기어의 이빨과 힘의 상관관계를 증명할 때까지
주검은 수습되지 않았다

 

계산은 오래 걸렸고
기억이 희미해질 즘
예비역 더미들이 그 자리에서 컵라면을 뜯고 있었다

 

더미라도 되겠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소식이
매일 첫 뉴스를 장식했고
끝내 계산에 실패했다는 소식은 끄트머리 작은 글자로 자막처리 되었다

 


 

 

▲ 김승 시인    

우리는 지난 수년간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을 수없이 많이 들어왔다.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고를 당한 청년의 나이는 19살이었고, 태안화력에서 컨베이어 벨트에서 사고를 당한 청년은 24살이었다. 꽃다운 나이에 위험으로 내몰린 우리의 젊은이들. 지금도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그런 곳에서 일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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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31 [18:19]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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