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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속 과육이 익어가는 시간
 
이만영 시인   기사입력  2020/04/02 [16:00]

문을 잠가두어도
 
유리벽을 사이로 마주치는 시선들
입술이 달싹거릴 때마다 떨어지는
시간의 각질들
 
다가갈수록
남겨진 시간은 기다림 뿐이라서
수없이 깨어나고 잠드는 침묵
 
혓바닥이 된 숟가락으로
시간을 떠보면 살과 뼈가 드러난다
 
투명해진 시간마다
휘발된 유월의 숲 냄새가 난다
 
견고한 다짐들
눈빛을 꺼내 렌즈를 닦는다
 
당신은,
병에 어울리는 이름을,
미라의 향기로운 관을,
사막의 선인장 무덤을 줄곳 떠올린다
 
무덤을 뚫고 나가면 차디찬 벌판
내뱉은 즙은 허공에 멈춰있다
 
얼어붙은 몸통은 미라가 되고
혓바닥이 들러붙었다
 
우린 서로 다른 호흡기를 가졌기에
유리병 속,
문을 열고 나오는 이름들
 
틈 사이로 침이 고이고 당신은 웃고 있다

호명된 시간이 걸어 나온다

 


 

 

▲ 이만영 시인  

오늘은 혹등고래 등을 타고 놀았다. 어제는 훔볼트펭귄과 빙산 위로 미끄러지며 놀았었는데……. 사각이 둘러싸인 공간에 갇혀 있다. 아니, 코로나19로부터 스스로 자가격리 된 것 같다. 그저, 햇살이 좋을 때 팔을 걷고 아파트 주변을 뱅뱅 도는 일 외에는 딱히 외출 할 일도 없고 누가 특별히 보자는 사람도 없다. 우주는 광활한데 나는 자꾸 작아진다. 내일은 교외로 차를 몰고 나가 밤하늘의 별빛이라도 실컷 쐬어 보리라. 지금은, 지구인들 모두 단절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다. 봄은 이미 코 끝까지 왔는데 목련은 흐드러지고 있는데 유리병 속에서 발효한 과즙들이 뚜껑을 열고 나오리라. 거부할 수 없는 봄이 달콤한 목소리로 호명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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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4/02 [16:00]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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