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 아래 풀이 무성하다 빳빳하게 날이 선 초록 검, 바람이 지나가는 동안 옥수수처럼 마른 몸에 딱딱한 흙덩이 낀 호미들 돌이 얹어진 장독 흙벽에 기대어 삭아가는 삽자루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 동네 산등성이 아카시아 나무가 이고 진 몇 개의 까치 집, 한번 깃든 집은 버린다는데 유령 지번을 단 문패 살아 온 것이 꿈같은 건지 숲에서 들리는 바람소리 마당을 휘젓고 등 없는 집을 쓰다듬다보면 눅눅한 어둠이 내리고 풀벌레 소리에 젖는 달빛은 마당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마음이 촉촉하게 젖는다
고요로 채워진 마당을 본다. 체온을 잃는 빈집 마당, 여름이면 무성하게 날선 풀이 쟁강쟁강 햇살에 불꽃 틘다 . 생명의 온기가 사라진 집 주변으로 벌어지는 풍경들. 한때는 긴요했을 농기구들이 쓸모를 잃고 만다. 풀벌레 소리에 젖은 달빛은 마당에 그리움을 그린다. 거기에 젖는 마음 한 자락은 경황없이 살아가면서 놓치는 마음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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