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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경제 대공황`은 시작 되었는가
기사입력  2020/04/15 [17:49]   이창형 논설위원ㆍ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이창형 논설위원ㆍ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1929년 10월 24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의 주식가격 폭락과 함께 시작되었던 제1차 세계경제 대공황은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경제위기였다. 기업들은 문을 닫고, 거리에는 실업자들이 넘쳐 났다. 산업생산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으며, 4명 가운데 1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1933년에 이르러 대공황은 대서양을 건너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에도 기업 도산과 실업의 폭풍이 들이닥쳤다. 급기야 국제금본위제도가 무너지고 세계경제는 여러 개의 블록으로 쪼개져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였다. 이 때문에 1930년대 내내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길고 혹독한 경기침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였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경제가 제2의 대공황에 접어든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우한폐렴 발생지인 중국은 산업생산의 중단으로 실물경제가 큰 타격을 받으면서 470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가 쏟아졌다.

 

지난 11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던 미국경제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에 견디지 못하고 경제활동을 통제하기 시작한 이후, 실물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20만~30만 명에 불과하였던 미국의 실업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6백60만 명으로 치솟았으며, 2/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에 비해 무려 3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나오고 있다.


세계 제조업 공급사슬의 허브 역할을 해온 중국과 세계 최대의 경제부국인 미국의 실물경제가 이처럼 역사상 유래가 없는 최악의 경기침체 상황에 빠지다 보니,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경제 전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코로나19가 세계경제에 초래할 충격의 정도는 2002년 사스(SARS) 발병 당시의 3~4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일본경제연구센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제조업생산이 100억 달러 감소하면, 해외의 생산과 소비는 67억 달러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중국기업의 한국 제품 수입은 약 3억 달러 감소하고, 중국의 부품공급 감소로 인한 한국의 산업생산 감소효과는 약 2억 달러로 추정한다. 중국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지방정부들이 앞 다투어 소비쿠폰을 발행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4월 초까지 집계된 소비쿠폰 발행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소비쿠폰의 소비수요 진작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매체 시나차이징에 따르면, "소비쿠폰은 일시적으로 소비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소비성향을 바꿀 수는 없으며, 소비의 양과 질을 끌어올리는 변수는 결국 소득 수준"이라고 지적하였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국은 4조 위안(약 700조원) 규모의 SOC 건설 프로젝트 실행으로 경기부양 및 고용증대에 상당한 효과를 본 적이 있으나, 지금은 급증한 부채에 따른 재정여력의 부재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자금 투입과 중앙은행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병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행정부는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과 사회보장세 감면을 검토하고 있으며, 연방준비은행도 4조 달러 규모의 긴급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하였다.

 

또한 미국 행정부는 공장 셧다운과 부품공급 차질에 시달리는 자동차 업계를 돕기 위하여 전임 정부에서 도입한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제조업체의 비용 부담을 줄여 가격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계산이다. 파산 직전인 항공사와 화물운송업체에 대해서는 보조금 320억달러(약 39조4,000억원)를 직접 지급하고, 항공ㆍ운송 관련 세제와 항공유에 부과하는 세금을 내년 1월까지 전액 면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로서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위기감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이미 국내경제가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겹쳤기 때문에 위기감은 더욱 크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위기를 악화시킨 미국의 경제정책과 유사한 패턴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대공황 초기에 최저임금제 도입, 노동시간 단축, 생산량 제한 등 반기업적인 정책을 시행하는 바람에 경제가 더 바닥으로 떨어졌고 회복이 지연됐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단기적인 대증요법보다는 반기업적인 정책을 되돌리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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