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의 시와 맑은 글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제328회>저녁 무렵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0/04/26 [16:13]

참사랑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포장마차 안에서 딸아이가 아빠를 바라보며
오뎅 한 입 베어 물고 웃고
아빠는 오뎅국물을 후후 불고 있는 것이다

 

때 절은 작업복 아랫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천원자리 한 장 펴들던 마디 굵은 손
딸아이의 털모자를 고쳐 씌워준다 그 눈빛
우리 딸, 참으로 곱다 곱다하면서

 

아빠가 딸아이를 앞세우고 서둘러 집을 향하면
세상에서 가장 미더운 아빠와 세상에서
가장 예쁜 딸 사이
어느 덧 따뜻해진 저녁 무렵

 


 

 

▲ 정성수 시인   

저녁이라는 말은 듣는 것만으로도 평화롭다. 시골의 저녁 무렵은 어둠이 서서히 빛을 밀어내는 동안 낮이 썰물처럼 밀려나간다. 밤하늘에 수많게 뜬 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풀벌레 울음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이만한 삶을 누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도시의 복잡한 삶에서는 실질적 저녁이 사라진 지 오래다.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불빛들은 여전히 낮의 연장선에 있을 뿐이다. 오죽하면 `저녁이 있는 삶`을 가져야 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걸었을까? 어스름이 깔리는 마당 한편에 있는 작두샘에서 퍼 올린 물로 세수를 하고 발을 씻고 마당 가운에 펼쳐 놓은 평상에서 저녁밥을 먹었다. 평상 옆에 피워 놓은 모깃불의 매캐한 냄새도 좋았다. 그런 저녁은 세상살이의 고단함과 피곤함을 잊게 했다. 왜 우리는 낮에 죽기 살기로 일을 해도 맛있는 저녁이 없는 것이냐고 생각하는 동안 저녁은 생각의 올을 다 드러낸 것 같다. 그래도 한낮의 게으름을 털어낸 고양이가 경계의 눈빛을 지피며 담을 건너뛴다. 아침은 언제나 저녁이 되고 싶어 한다. 저녁이 없는 삶은 미래도 없다. 아무도 고독하지 않은 저녁은 저녁이 아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0/04/26 [16:13]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