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의 시와 맑은 글 >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애비는 죽어서도 꼰대다
20년 어버이 날에 자식들에게 보내는 시
기사입력  2020/05/07 [11:51]   정성수 시인

 


아들아, 친구들이 애비를 꼰대라고 비웃어도 화내거나 슬퍼하지 마라. 그래 애비는 꼰대다. 책보를 허리에 차고 장대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총알처럼 달렸다. 밤이면 등잔불 밑에서 눈을 비벼가며 책을 봤다. 노력만 가지고는 안 되더라. 초등학교 졸업장 하나 없다는 게 애비의 평생 한이었다. 그래도 글씨를 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냐.

 

선생님이 퍼주는 강냉이가루는 빵이 되고 꿀꿀이죽이 되었다. 요즘이야 컴퓨터가 대세지만 애비 때는 말타기놀이 아니면 딱지치기였다. 전자계산기 같은 것은 생각치도 못했다. 주산이면 계산 끝인 줄 알았다. 머리에 기계충이 생겨도 병원은 언감생심이었다. 동네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퍼 올린 물을 물지게로 져왔다. 그 물로 헛간에서 때를 벗기고 한겨울에는 대야의 얼음을 깨고 세수를 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을 따라 오일장에 가고 팥죽집 앞에서 침만 삼키다 돌아왔다. 측간에서 똥을 싸고 지푸라기로 밑을 닦았다. 소꼴을 베면서 꽈리를 튼 뱀에 놀란 적은 손가락을 다 꼽아도 모자란다. 검정고무신에 땡감 물을 바르면 출입 신발이었고 그냥 신고 논밭에 나가면 흙고무신이었다.

 

꼰대들은 월남전에 목숨을 걸고 독일 탄광에서 석탄을 캤다.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 땀 흘리며 잠을 못잔 꼰대들이 있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되었다. 애비는 사글세 단칸방에서 신혼을 보냈지만 너희는 아파트에 자가용으로 시작하지 않았느냐?
 
아들아, 부디 캥거루족은 되지마라. 어미 캥거루도 언젠가는 죽고 만다. 애비는 죽어서도 꼰대다.

 

       

 

▲정성수 시인

• 저서 : 시집 공든 탑 외. 동시집 첫꽃 외. 장편동화 폐암 걸린 호랑이 외
• 수상 : 세종문화상, 소월시문학대상. 아르코문학창작기금수혜
• 전주대학교 사범대학 겸임교수 역임
• 현) 전주비전대학교 운영교수
• 현) 향촌문학회장. 사/미래다문화발전협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

광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롯데백화점 울산점 - www.lotteshopping.com/depart/branch/submain.jsp?branch_cd=020
울산공항 - ulsan.airport.co.kr/
울산광역시 교육청 -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 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 ulsan.kcg.go.kr/
울주군청 -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 www.ehyundai.com/portal/depart/branch/branchMain.jsp?pSiteMapId=0103010800&swfseq=0800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