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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나, 체로 쓰는 법
 
하두자 시인   기사입력  2020/05/13 [15:56]

스카프를 벗다가 스커트를 벗다가
왜 모두를 벗어야 하는지

 

수요일 밤을 벗다가
금요일 밤을 벗다가
일요일까지 벗어던진 내가
무엇을 더 벗어야 하나

 

겉과 속의 옷을 벗어야 진짜 시가 됩니다
알몸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이유와 상관없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이
이유가 돼서 손을 내미는 밤이 계속 된다
나는 아직도 내가 부끄러운데
시는 아직 벗길 게 남아 있다는 듯 여전히 집요하다
스카프를 둘러도 스커트를 둘러도
머릿속은 점점 건조해지고
처음부터 알몸인 나를 시는 알아보지 못하고
수요일 밤에 시를 쓰고 금요일 밤에 퇴고를 해도
일요일의 시는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진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잖아요
알몸과 맨몸의 차이를 모르는군요

 

요절작가의 목소리가 나를 계속 추궁한다

 

시집을 덮는다
사흘째 불면인데도 마주하는 모니터는 너무나 선명하다

 


 

 

▲ 하두자 시인   

시를 쓰는 것은 벗는 일이다. 자신에게 부여된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된 사회적 자아를 벗고 내밀한 욕망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벗어던진 내가” 되는 것이고 나체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쓰여진 시가 아무도 읽어주지도 주목해주지도 않고 결국 나는 사라지고 없다.

 

세상이 나를 바라보는 옷이 없기 때문이다. 시인은 그래서 몸에 감기는 구어체를 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나”를 찾지만 그것은 무엇인가를 가장하는 “체”일 뿐이다. 나체가 “나, 체”로 표기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듯 하두자 시인의 시 쓰기는 애초에 없는 것들을 찾아나가는 지난한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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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5/13 [15:56]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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