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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소
 
김려원 시인   기사입력  2020/05/20 [16:08]

어쩌면 풀을 의심해봐야겠다.
풀을 먹는 초식들은 왜 한결같이
우는지
열매들을 애벌레들을
의심해봐야겠다.

 

입 없는 것들을 추궁해야겠다. 울음이 입이 될 수는 없을까 웃음이
귀가 될 수는 없을까 입 없는 것들이 하나같이 귀를 닫아걸고 있다.

 

한창 꽃 피운 풀을 먹는
소의 입에서 우적우적 풀이 운다.
입 안이 따가워
너무 환해서
꽃 지는 소의 입에서
둘둘 말린 풀밭이 운다.

 

풀밭에 널린 소의 똥에서 슬픔들이 싹튼다.
소는 슬픈 맛을 즐기는 풀의 입
풀의 항문이다.

 

꽃 핀다,를
꽃이 운다,로 고쳐 쓴다.

 


 

 

▲ 김려원 시인  

우는 당신. 슬픔을 얼마만큼 되새김하면 울음으로 솟구치는 것일까. 말을 못 할 뿐 소가 매일 운다. 말을 안 할 뿐 당신이 매일 운다. 소는 소리로만 울다가 코뚜레를 할 때나 트럭에 실릴 때는 눈물을 흘리며 운다. 풀에 섞여들었던 꽃과 열매와 애벌레가 함께 흘러내린다. 당신은 매일 소리 없이 울었다. 그런데 지금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다. 풀과 꽃과 열매와 애벌레가 눈동자를 자꾸만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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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5/20 [16:0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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