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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용사회를 넘어설 수 있을까(2)
기사입력  2020/05/21 [16:07]   정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 정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그런데 이러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첫째는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이고 둘째는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서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특수고용형태종사자도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 즉 보수를 받아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특수고용형태종사자는 경제적으로 어떤 하나의 사업에 경제적으로 의존하여 생활하는 사람이다.

 

높은 수준의 경제적 의존관계, 즉 경제적 종속성을 표현하기 위하여 "주로 하나의 사업"과 "상시적으로"이라고 하는 전속성 요건을 부가한 것이다. 이러한 전속성으로 인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특수고용형태종사자에 대해서 보험 관계에 관한 각종 신고를 하고 보험료를 부담ㆍ납부하는 책임을 지는 사업주는 복수로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노무 제공에서 플랫폼이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이러한 전속성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의 확대에 중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수고용형태종사자라는 용어대신 `노무 제공자`와 같은 개념의 도입이 절실했다.

 

만약 노무 제공자 개념을 담은 개정 법률안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가결되어 본회의를 통과하였다면 대통령이 공언한 바와 같이 `전 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21대 국회에서 여당은 18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이러한 범위 확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에 대한 기대를 접을 필요는 없다.

 

`전 국민 고용보험`을 달성하기 위해서 사회적 합의 수준에 따라서 단계적으로 가입 범위를 넓혀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계적이고 기술적인 접근방식으로는 `전 국민 고용보험`의 실현으로 가기 위한 난관이 매우 크다.

 

특히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의무 가입 단계에 이르게 되면 기술적 차원에서는 대응할 수 없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자영업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내용은 바로 이 패러다임 전환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근본적으로 취업의 다양한 형태를 통합하여 일하는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사회보장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보장시스템에는 보편적인 적극적 노동시장정책도 포함된다.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는 고용보험뿐만 아니라 산재보험, 그리고 건강보험과 연금보험에서도 동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에서는 건강보험과 연금보험에서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를 나누는 것은 더 이상을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을 넘어서는 노동을 사고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양한 취업 형태 사이에 그리고 취업과 비취업 사이에서 직업의 자유로운 선택을 가로막는 법 제도적ㆍ관행적ㆍ의식적 장애물을 없애고, 이를 촉진하는 법 제도와 관행을 구축하여야 한다. 그렇다고 고용이라는 취업 형태를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보다 시급히 해결하여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지난 20년간 우리는 다양한 고용 형태 간의 자유로운 이동을 확보하고 차별을 없애고자 노력하였지만 그다지 주목할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2003년에 지역의료보험조합, 공무원ㆍ의료보험공단, 직장의료보험을 하나의 재정으로 통합하여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만들었지만 그 이후 현재까지도 보험부담의 형평성과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 기준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는 전 국민 건강보험을 실현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 해결에서 주목되는 것은 2018년 프랑스의 고용보험법 개정이다. 2018년 법 개정의 핵심적 내용은 자영업자와 자발적 퇴직자에 대해서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그 재원을 전적으로 조세와 특별부담금으로 충당하도록 하는 한편 고용보험의 보험료에서 근로자 부담분도 폐지하였다.

 

사회보험이 근로자보험을 넘어서 보편적인 사회보장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할 때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것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범위의 특수형태근로자에 대해서 고용보험을 적용한다고 해서 전 국민 고용보험의 기초가 깔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 노동사회의 규범과 구성원의 노동의식이 고용을 넘어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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