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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 외과와 엔진체크
 
임일태 전 한국 해양대 겸임교수   기사입력  2020/05/28 [16:49]
▲ 임일태 전 한국 해양대 겸임교수   

내 차가 `정년퇴직`해야 할 위기에 처해있다. 손에 익숙해서 편하고 아직은 쓸 만한데 보는 사람마다 웬만하면 바꾸라고, 위험하지 않겠냐고, 아낄 것을 아끼라고 한다. 남의 사정도 모르고 하는 덕담이겠거니 하며 애써 무시했다.  나는 세월로부터 밀려났지만 차만큼은 내가 지켜야겠다.

 

사람이나 차나 오래되면 좋은 일보다 궂은 일이 많이 생기기 마련. 동병상련이라 생각하니 위안이 되었다. 십오륙여 년 전 상사의 정년퇴임식에 내가 맡은 미션은 퇴임하는 상사와 가족을 퇴임식장까지 모셔오고 모셔다 드리는 일이었다.

 

그 일을 내가 맡은 것은 순전히 내 차가 새 차였고 당시에는 고급차종이라는 이유로 발탁된 것이었다. 그 덕분에 존경하는 분의 퇴임식에 비중 있는 역할을 하게 되는 영광도 누렸다. 그때가 나도 내 차도 전성기였다. 

 

그랬던 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푼돈깨나 없애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소소한 고장으로 마음 편할 날이 별로 없었다.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낙인찍어 노후경유차 조기폐차지원금을 주겠다며 환경보호란 명분을 내세워 폐차를 권유받았다. 지원금이 조기에 소진되는 바람에 위기를 넘겼지만 다음번 지원금신청 기회가 오면 그때는 마음이 변할지도 모르겠다.


퇴직 후 무료함만큼이나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졌다. 찾아가는 병원마다 한결같은 "별 이상은 없습니다. 노화현상입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세요." 라는 같은 레파토리였다. 차처럼 폐차를 하고 새 차를 구입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늙는다는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편안한 마음을 가지라고만 했다.

 

그러면 언젠가 폐기될 날이 올 텐데 왜 느긋하게 기다릴 줄을 모르느냐는 말처럼 들렸다. 사소한 고장이나 병에 신경이 쓰이는 것이 언젠가 갑자기 닥칠 큰 고장이나 큰 병에 대한 걱정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낡고 늙은 것을 품고 산다는 것은 큰 걱정거리를 안고 있는 불안감이다. 언제 터질지 모를 불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자동차 계기판에 엔진체크라는 경고등이 가끔씩 떴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엔진을 체크해보라는 경고는 불안했다. 더디어 올 것이 온 것일까. 엔진의 수명이 다해가기 때문에 체크해보란 말일까. 이런 날이 곧 닥칠 것을 미리 알고서 단골 정비소 주인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 차로 바꾸라고 했던 것이지 싶었다.

 

차 소리도 평소와 달리 들렸다, 불협화음이란 이런 소리를 말하는 것이지 싶었다. 서비스센터의 담당기사는 자동차에 컴퓨터 회로를 연결하더니 이내 조그마한 부품 하나를 빼내왔다. 먼지가 많이 끼어 엔진에 공기 공급을 원활하게 못해 생긴 현상이라며 부품을 갈아 끼웠다. 수많은 걱정이 한꺼번에 해결되었다.

 

엔진 체크라는 말에 지래 걱정을 했던 것이 못내 민망했다. 차에서 엔진이 사람의 심장만큼이나 중요한 기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조금만 서 있어도 발이 붓고 나른하고 현기증도 난다. 작은 일에도 땀을 팥죽처럼 흘리고 가슴이 답답하다. 다리에 난 부스럼은 약을 바르면 좋아졌다 이내 재발된다.

 

동네 의원에서는 종합병원에 가서 정밀 진찰을 받아보라고 한다. 종합병원의 피부과 전문의는 나의 설명을 듣고는 소견서를 한 장 주면서 흉부외과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란다. 흉부는 심장이 있는 곳이 아닌가. 심장의 기능이 노화된 것을 체크해 보란 것이다.

 

그래서 조그마한 일에도 땀이 쏟아지고 가슴이 답답했는지도 모른다. 어떤 기능도 노화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고 스스로 다짐을 한다. 나의 설명을 들은 흉부외과 의사는 다리를 걷어보란다.

 

될 수 있으면 오래 서있지 말고 잠잘 때는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하는 것이 좋단다. 심하다면 수술을 해야 하고 수술도 간단하다고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니 우선 압박스타킹을 한 번 신어보라고 권한다. 정맥류 때문에 피부병이 재발하는 수도 있다고 한다.

 

흉부라는 말에 심장을 생각하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뛰었던 것이 도리어 민만할 뿐이다. 차나 사람이나 낡고 늙는다는 것은 걱정이 많아지는 것. 공연한 노파심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을 만들어 걱정했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겠다`는 티베트의 속담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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