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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최후
 
김 승 시인   기사입력  2020/06/04 [17:05]

등록금 납부 마지막 날
새벽어둠을 가르며 승용차 한 대 산 중턱 저수지를 향해 올라갔다
불빛은 승용차 앞부분만 겨우 찢어 내었을 뿐
뒤에는 더 무거운 어둠들이 지나간 흔적을 채우고 있었고
옆에 누운 딸은 눈을 감고 있었다

 

남편은 항암 치료를 거부했다
말기라서 해 보았자 소용없다는 항변이었지만
쑥쑥 줄어드는 통장의 잔액과 전세금마저 다 빼먹고 갈 수는 없다는 배려였다

 

남편이 떠나고 그가 남기고 간 트럭을 몰았다
밤마다 집을 밀고 다니는 전국구 달팽이가 되었다
항구에 도착하면 바닷가가 집이 되었고
산에 도착하면 산바람이 이불이 되어 주었다
피곤이 허락하지 않으면 고속도로 졸음 쉼터도 집이 되어 주었고
독한 년이라는 말을 훈장처럼 달고 다녔다

 

어둠을 찢으며 거슬러 올라온 삶
마지막 용트림하듯 번쩍이더니 빠른 속도로 유성처럼 떨어졌다

 

며칠 뒤 등록금 마련 못 한 모녀의 극단적 선택이라는 기사가
비에 젖어가는 저녁

 


 

 

▲ 김 승 시인   

몇 년 전 등록금 마감일을 앞두고 모녀가 자살한 기사를 읽었다.아직도 이 사회에는 등록금뿐만 아니라 채무와 가난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사회적 타살이라고 생각한다.보다 인간적이고, 최소한의 인간적 삶이 보장되는 사회로 발전하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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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6/04 [17:0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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