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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액체설
 
강서일 시인   기사입력  2020/06/04 [17:06]

고양이는 액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맞지도 않는 종이상자에 몸을 맞추고
동그란 어항에도 구겨져 들어가는 고양이는
분명 흐르는 액체다, 딱딱한 책이 아니다.
(그는 분명 시인이며 화가일 것이다.
시인은 엉뚱한 시론으로 언어를 조작하여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언어로 고정된
이미지를 흔들어 또 다른 사물을 창조하고
화가는 형태를 부수어 뒷면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끝내
시간 앞에 액체다.
나무도 비단뱀도 남한산성도 액체다. 녹아 흐른다,
흐르고 흘러 어느 순간에
기체가 될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이여
금광을 가졌다고 좋아하지 말지어다.
금보다 먼저 당신이 액화하고 기화되어 사라질 것이다.
그럼 우리집 고양이는 액체가 아니라
기체다, 라고 나는 주장한다. 그렇게 우기고 보니
왠지 몸이 가볍고
늦은 봄밤이 더욱 향기롭다, 액체 고양이여!

 

*프랑스 리옹대학 물리학 연구소 과학자 ‘파르딘 마크-앙투완’의 가설.

 


 

 

▲ 강서일 시인   

본의 아니게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관심 없는 대상은 잘 모른다. 길섶에 붉은 인삼꽃이 피어 있어도 땅속에 묻힌 인삼을 알아보지 못하고, 태백산맥의 높새바람이 불어도 도시의 직장인들은 그 기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그의 울음이 여러 가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고양이가 액체라는 가설에도 저절로 눈길이 갔다. 시적이다. 물리학자의 시선이 때로는 시인의 시선과 일치할 때도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한 발 더 나갔다. 우리집 고양이는 액체가 아니라 기체라고 박박 우기고 보니, 왠지 몸이 가벼워지면서 10cm쯤 공중부양 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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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6/04 [17:06]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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