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었던 흙이 풀릴 때쯤이면 마음 길 트일까요?
기억 한 잎만으로 닫힌 문을 두드립니다
손톱 뜯으며 썼다가 지우는 이력서 여백 위로 찬비 내리는 소리 고이고
열린 창문 틈으로 비집는 봄새 몇 작은 눈 맞추면 눌렀던 울음 터질까요?
마음도 이골이 나서 이젠 기울지 말라고 합니다 기댈 것 없이 사라진 시간 그저 비우라고 합니다
물관을 열고 밤새 길어올리면 늦깎이 상처까지 어쩌면 아슴아슴 아물까요?
당신도 봄을 타나요?
봄이 왔는데도 봄을 잃은 마음들이 길을 잃고 서성인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휩쓸고 간 자리. 올해 봄꽃은 유난히도 곱게 피었는데 봄 타는 가슴을 부릴 데가 없다. 비록 유리창으로 건네 보는 봄. 마스크를 쓰고 맞이하는 봄이지만 봄 타는 감성을 잊지 않는다면, 마음 빛깔 그대로 너와 나의 거리를 넘고, 솔직한 울음으로 순정하게 만날 수 있지 않을지. 밋밋한 봄을 넘어 어디든 타고 넘어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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