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경영 북 토크쇼 꽃자리 대표

연극에 입문한지 거의 30여년이 지났다. 내성적인 성격을 바꿔보고자 시작한 연극 활동이 이렇게 오랫동안 내 곁에 머물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공연작품을 연습할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맡은 역을 제대로 소화해내기가 참 쉽지 않다.

철저히 자신이 맡은 역의 입장에서 행동하고 생각하고 감정을 담고 표현해야하기 때문이다. 대충 넘겨짚거나 생각을 얕게 해서는 맡은 인물에 푹 빠져들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생명력도 사라진다. 그저 흉내만 내는 듯 건성으로 보여 지기 일쑤이며 이는 보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양쪽 모두에게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  연극 연습을 하며 내 삶을 들여다본다.

과연 나는 얼마나 내 인생의 역할에 충실한가! 내가 맡은 삶의 자리에서 좀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생각하고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삶을 채우고 있는가! 혹시 나는 삶에서의 내 역할을 못마땅해 하며 이를 건성으로 겨우 살아내고 있지는 않은가! 이러저러한 여러 가지 생각과 함께 내 삶의 디테일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고 감동적인지도 헤아려보게 되는 것이다.

일단, 작품 전체의 흐름에서 나의 역할이 표출해야할 이미지와 느낌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분석하고 이를 표현해 나가면서 협의를 통해 작품이 주고자 하는 목표에 일정부분 한 몫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전체 작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흩트리거나 흐름에 방해되는 표현으로 행동한다면 이야말로 큰일이다.

단 한사람의 역할일지라도 그것은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조직 전체의 목표가 있고 그 구성원 각자는 자신이 맡은 직무를 통해 조직의 성과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효과적으로 행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의 성과는 불 보듯 뻔한 것이 된다.

그렇기에 항상 조직 속 구성원들은 각자 자신의 역할을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는 마치 연극 작품 속 배우들이 각자 자신이 맡은 역할들을 어떻게 전체 작품의 메시지를 향하여 전개해 나가느냐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가정이라는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각기 다른 역할 속에 있는 가족 구성원은 가족 전체의 목표에 맞추어 각기 자신이 맡은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가족 전체의 행복을 위해 내가 해야 할 행동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이를 제대로 실천해나가야 한다. 가족이라는 조직에서의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삶의 무대를 내가 속해 있는 조직 속에서의 나의 포지션이라는 관점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삶에서의 나의 무대는 혼자 이루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관계 즉 상호작용 속에서의 작용과 반작용의 총합으로 이루어진다. 내 인생의 무대를 어떻게 연출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다. 인생 전체 관점에서 어떤 것이 효과적인지를 따져서 행동을 선택하고 이행해야 할 것이다. 인생 전체의 흐름 속에서 나의 행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생무대에서 내 역할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는 매일 나의 액션과 감정을 점검해 봐야한다.

과연 나의 액션은 적절했는지, 나는 어떤 상황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 등등 이러한 것들에 빗대어 오늘의 내 행동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연극연습을 하다보면 서로 간에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지쳐서 아예 연기의욕이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내 삶의 무대를 생각해보게 된다. 내 삶의 무대를 어떻게 색칠하고 싶은가?! 흘러가면 다시는 못 올 이 순간들을 부정적인 에너지로 덧칠할 것인가? 나는 내 삶의 주인이고, 내 삶의 책임자이다.

자유는 책임을 전제로 한다. 내 삶의 무대를 책임 있게 연출하여 멋진 자유를 누리는 것도 결국은 나의 책임이다. 즉 내 삶의 무대 연출은 내 삶 속 나의 책임을 다하는 일이다. 모쪼록 우리 모두 자신의 삶의 무대에서 각자의 역할이 빛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고 진정한 삶의 자유를 맘껏 누려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진정,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행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