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성안에 갇히다
 
성백원 시인   기사입력  2020/07/06 [17:04]

침묵이 숨은 곳을 찾아 걷는 골목
낯선 발자국을 떼어내려는 듯 까뭇하다
오랫동안 곧은 길이건만
밤은 깊어서 사방은 어둡고
구부러진 골목엔 환청으로 가득하다
성곽은 너무도 겨울이어서
무너지는 세월의 부러짐을 외면한 채
어디쯤일까 짐짓
주름을 접으며 등짝 아래를 긁는다
먼 곳을 돌아 갇힌 지친 몸
작은 낙원에 성이 갇힌 것인지
성안에 낙원이 잠든 것인지
부푼 음기는 별빛을 삼키고
흔들리며 걸어가는 4월의 깃발이
꽃들의 각혈로 후끈한 봄밤
성벽에 촘촘히 박힌 검은 복면의 사내들
또 다른 음모의 근원을 찾아
부릅뜬 미간 사이로 달빛이 고여들고 있었다

 


 

 

▲ 성백원 시인   

수원 화성은 정조의 꿈이 서린 조선 후기 성곽의 꽃이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이 어린 세손의 목을 죄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오르고도 정조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버지의 능침을 화산에 옮긴 후 능 행차를 통해 효심과 애민의 군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정조는 이곳에 장용외영을 설치하였고,군사훈련을 시키는 연무대가 있었다.

 

당파의 갈등 속에서 번민하는 정조의 의식이 어쩌면 이 성곽에 갇힌 것일 수도 있겠다. 조정의 불안한 정쟁을 이겨내고 조선 후기 최고의 지도자로 거듭난 정조 부모에 대한 효심의 흔적이 곳곳에 숨 쉬고 있지만, 여전히 미완성을 그림일 뿐이다. 아직도 성곽에 남아 있는 정조의 혼은 여전히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성안을 떠돌고 있는 것만 같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0/07/06 [17:04]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