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도, 굵기도 다른 다섯 발가락
누군가는 홀로 감당했던 가장의 무게를 소리 지르고 누군가는 서러웠던 가방끈을 다시 들썩거리고 누군가는 모기장 속 반딧불을 깜빡거리고 누군가의 눈물은 주말의 명화처럼 반복 재생되면서
우리는 똑같이 생긴 발가락을 양말 속에 숨긴 채 밤새도록 제각각의 아버지를 부스럭거렸다
한 부모 아래서 같은 교육을 받은 형제의 추억은 같은가. 똑같이 생긴 발가락을 숨겨야 하는, 혈육이라는 이름이 더욱 쓸쓸한 밤. 기일은 우리들의 아버지를 제각각 호명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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