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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고 무거운 인생의 짐
 
박정관 굿뉴스 울산 편집장   기사입력  2020/07/09 [18:25]
▲ 박정관 굿뉴스 울산 편집장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영상으로 빚어내 1962년 개봉,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영화가 `벤허`인데 32회 아카데미에서 11개의 상을 휩쓸었다. 지금 봐도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화려한 카메라의 촬영기술이 돋보인다. 특히 스펙터클한 대규모 군중 전차경기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컴퓨터그래픽의 도움 하나 없이 이처럼 완벽한 장면을 담아낸 연출에 감탄하게 된다. 영화에서 보듯 당시 패권국가 로마에서 황제의 말 한마디가 곧 법이었다. 과중한 세금과 식민지 수탈로 유대인들의 고단한 삶은 말할 수 없이 비참했다.

 

유대인들의 여러 계파 중 엣세네파는 세례요한 계열로 세상을 회피 은둔했고, 바리새파 같은 종교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입신양명(立身揚名)만 따졌고, 사두개파는 표리부동한 삶으로 종교적 법조문만 낭송하며 백성들의 피눈물은 애써 외면했다.

 

그 중 열혈당파는 민중봉기를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둘도 없던 친구였고 우정을 맹세했던 메살라에게 철저하게 배신당하고, 구사일생으로 노예선에서 살아 돌아와 마침내 전차경기에서 메살라를 물리치고 복수했던 벤허. 적의 기습을 받은 불탄 노예선에서 사령관을 구출해 그의 양자가 되고 화려한 삶을 보장받지만 그럼에도 그의 마음의 무거운 짐은 좀체 떨쳐내지 못했다.

 

기울어진 나라의 명운도, 어머니와 여동생의 행방불명도 그의 삶을 송두리째 짓누르는 고통이었다. 영화에는 예수가 등장하는데 구세주의 얼굴을 정면으로 포착하기보다 보일들 말 듯 그림자처럼 흐리게 담아냈다.

 

누명을 쓰고 로마 군인들에게 잡혀가던 벤허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갈증에 타는 목마름을 느낄 때 누군가 물 한 모금을 건네주고, 허겁지겁 벤허는 그 물을 마시게 된다. 나중에 벤허는 그 물이 구세주가 건네준 생명수임을 알게 되고, 그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사형장에 끌려가는 구세주에게 물 한 그릇을 공양한다. 

 

벤허를 짓누르는 인생은 무게는 복수를 성취해도 한 줌도 덜어지지 않았다. 벤허는 그의 고관대작 신분으로 수소문해 어머니와 동생이 투옥됐던 사실도 알게 되지만 두 사람 모두 사망했다는 거짓소식을 듣고 울분으로 땅을 치며 통곡한다.

 

그리고 마침내 어머니와 여동생이 문둥병에 걸려 감옥에서 내쫓긴 것을 알고 나병환자들이 있는 동굴을 찾아가 가족을 집으로 데려온다. 유대인의 율법으로는 나병환자는 정상인과 함께 생활할 수 없었지만 벤허는 구세주를 바라는 믿음으로 어머니와 여동생의 나병을 천으로 가린 채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뒤쫓는다.

 

그러나 예루살렘에서 구세주를 만나지만 사형선고를 받아 골고다로 끌려가 십자가에 못 박힌다는 청천벽력과 마주한다. 그럼에도 벤허는 포기하지 않고 구세주의 긍휼지심에 의지한다.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가다 쓰러지는 구세주에게 로마군인의 잔인한 채찍질이 가해진다. 떠밀리는 군중 속에서 벤허는 샘물을 보고 얼른 달려가 한 그릇 퍼와 구세주의 입술을 적시도록 대접한다.

 

끌려간 구세주는 못 박혀 죽는다. 그의 애도이듯 하늘에서 비가 내려 십자가에서 흘러내린 핏물을 적시고, 흘러 흘러가 메마른 온 천하를 적신다. 그리고 어느 순간 벤허의 어머니와 여동생의 나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대신 상처 부위는 모두 새살로 소성된다.

 

벤허는 복수의 칼날이 아니라 참된 사랑만이 수고하고 무거운 인생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구촌이 전염병에 전전긍긍하며 나라마다 대책마련에 분주한 비상시국이다. 지금은 냉철히 지혜를 모아 사랑의 힘, 인류애를 펼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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