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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위기`라는데
 
류위자 전 부경대 겸임교수   기사입력  2020/07/12 [16:19]
▲ 류위자 전 부경대 겸임교수   

기후변화로 인한 올여름 혹서를 염려하다가 90세 노모를 뵈려 지난 주말 친정에 갔다. 경북 안동에서 사과 과수원을 하는 오라버니는 "조석으로 기온이 20℃ 이하라 사과열매 수가 적고, 굵지를 않는다"며 큰 걱정을 하셨다. 울산에 돌아 와 `기후변화`를 찾아봤더니 이젠 `기후위기`란 말이 사이버상에서 더 크게 회자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교 기후변화 특임교수의 유튜브 강의내용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다. 그는 1986년 국립기상과학연구소에 입사해 국립기상과학원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30년 넘게 날씨를 예측하고 탄소배출량을 추적해온 전문가이다.


`지난 5억 5천만 년 동안 지구엔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다. 운석 충돌 등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갑자기 멸종된 것이 아니라 기후가 변하며 그에 적응하지 못한 생명들이 수천수백 년에 걸쳐 죽어간 것이다. 5만 년 전의 날씨는 극단적이었다. 태풍이나 폭염, 장마나 냉해 등이 지금보다 열 배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태풍이 지나가면 한 번 정도는 벼를 세우고 해서 벼 추수가 가능하지만 태풍이 연달아 열 번이 오면 벼농사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1만 년 전 지질시대의 최후 시대인 `홀로세`가 시작되고, 기후가 안정화되면서 비로소 농사가 시작됐다. 오늘날 지구에 78억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구가 살 수 있는 것은 인류의 능력이라기보다 조화로운 기후 덕분인 것이다.


다섯 번의 대멸종은 모두 지구의 탄소 순환과 관련돼 있다고 한다. 땅속에 있던 이산화탄소가 화산활동으로 대기 중에 분출되면 온실효과로 기온이 오르고 비가 내린다. 이 비가 탄소를 다시 바다에 돌려보내 바다 속 생명체에 저장됐다가 그 생명체가 죽으면 탄산염 석회암 형태로 해저에 쌓인다. 과도한 화산활동으로 이 균형이 크게 흔들리면 대멸종이 닥쳤다.

 

여섯 번째의 대멸종은 인류가 필사적으로 화석연료를 찾아내 불태우면서 생성된 이산화탄소가 지상에 존재하면서 기후변화를 야기하게 된다. 인간의 멈출 줄 모르는 욕망은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까지 이미 왔다. 기후위기의 증거는 폭염과 혹한의 기상이변, 태풍과 산불의 자연재난, 해수면 상승과 생태계 붕괴, 전염병의 확산, 식량부족과 기후난민의 증가이다.

 

이 모든 위기는 과학자들의 예측보다 훨씬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젠 더 이상 흔히 쓰던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라는 안이한 단어로 담아낼 수 없는 현실이다. 만약 기후위기가 심각해져 나쁜 날씨가 2~3배만 많이 발생한다 해도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까? 기후위기는 이미 시작되어 시시각각으로 우리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세계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 기온이 1℃ 상승했는데 이는 우리가 변화를 살짝 감지할 수 있는 정도다. 여기서 0.5℃가 더 올라가면 인류 모두가 매 순간 기후위기를 경험하며 살게 되고, 거기서 0.5℃가 더 올라가면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과학자들이 1.5℃를 임계점으로 잡는 이유다. 이산화탄소를 4,200억 톤 이상 배출하면 1.5℃를 넘을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 2018년인데 당시 과학자들은 그 시점을 10년 후로 잡았다. 2년 지났으니 이제 8년 밖에 안 남았다. 8년이 지나고 임계점을 넘어선 후 대응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5일 정도면 햇빛과 반응해 사라지고, 코로나19도 언젠가 백신이 개발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다르다. 지금의 기후위기는 이전의 그 어떤 때보다 가파르게 진행 중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생산량 감소, 그리고 여섯 번째 대멸종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위험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전에 대처해야지, 발생한 다음에 어떻게 해보겠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며 텀블러를 쓰고 채식을 한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생태감수성은 분명 중요하지만 개인의 선의나 도덕심에 따른 실천만으로는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기후위기 대응을 잘하는 국가들의 경우, 국민 개개인의 의식수준도 높지만 그것이 조직화되어 정치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곳은, 이 지구라는 행성 외에는 없다.고통 있는 삶의 바꿈 없이는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도 없고 저지할 수 도 없다. 뭔가 좀 더 조직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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