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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蝨) 사돈
 
김덕원 시인   기사입력  2020/07/13 [16:08]

기름기 좌르르 흐르는 놈들 이건 필시 어제 밤 흥부네서 묻어온 놈들이다.
어둠을 가르며 방안엔 톡톡 피가 터지고 등잔불에 사위어간 눈썹들 노린내로 놈들의 명복을 빈다. 
고무줄 터널 속까지 피 튀기는 소탕작전이 끝나고 나면 얼음이 버석한 동치미와 고구마 한 소쿠리가 전장의 성찬으로 주어진다.
홀아비 집에 서 말이나 산다는 놈들 몸통이 장구통이 되도록 피만 빨아 넘치는 욕정은 날이면 날마다 대여섯 마리씩 까재끼니, 죽이고 죽여도 살아남는 놈들과 동거하며 함께 넘던 내 유년의 보릿고개. 놈들과 달고 뜨겁던 피를 나누던 흥부네 마당에 허연 쌀밥 지어내던 거만하던 노적가리 간데없고, 그렁그렁 세월만 고였네. 순해져야 할 귀만 거칠어진 꾀복쟁이 흥부야! 너와 나는 그때 맺은 이 사돈이다 이(蝨) 사돈.

 


 

 

▲ 김덕원 시인   

요즘 세대에겐 낯설고 감동이 없겠지만 고단한 5,6~70년대에 함께 피를 나누며 동거하던 이(蝨)와 매일 전쟁을 치루며 살았던 일상을 해학적으로 희화화 하여 그 시절을 반추해 보고자 했다. 특히 겨울이면 식욕이 왕성한 놈들과 밤마다 벌이는 소탕작전은 엄지손톱을 벌겋게 물들이고 팬티 고무줄 터널에 숨은 놈들은 이빨로 깨물어야만 소탕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시절 각별했던 흥부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와 유년기를 살았던 고향을 회상하며 그 때를 이야기하곤 한다. 가끔 친구네 가서 자고 올 때면 보리밥만 먹던 내 이는 쌀밥을 먹던 친구 몸으로, 쌀밥만 먹던 친구의 이는, 보리밥을 먹으러 내 몸으로 왔으니 분명 그 친구와 나는 피를 나눈 이(蝨) 사돈이 아닌가.

 

전쟁의 상흔으로 굶주리며 유행성 질병까지 겹쳐 엄청난 어려움을 겪어야만했던 와중에도 이 시기에 태어난 아기수가 900만 명이라니 전국 초등학교에는 학급당 70명 전후로 설이 부족하여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 등교했었다. 오랫동안 감지 않은 머리는 떡이 되고 손발은 얼어 터져 지저분하기가 짝이 없어, 이(蝨)가 살기 좋은 최적의 환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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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7/13 [16:0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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