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툇마루에 술 한 잔 놓구가네 가다가 쉬다가 구름 밑 자네를 추억하겠네 주지도 못하고 받지도 못하고 사는 세상이 뭐 얼마나 가겠나 주거니 받거니 입에 욕찌기 다 토하고 그것도 모자라 속에 든 내용을 다 뱉고 나서야 더듬거리며 들어선 방에 마음 풀고 눕던 날 문풍지 바람 울듯 이른 가을이 따라 들어서 곁에 눕네.
두보의 향수처럼 인간의 모든 의식의 저 밑둥은 그리움이다. 부모들이 `나 없으면 어떻게 살라고 그러냐?` 라는 말을 떠올린다. 부모님의 소천으로 삶의 경계를 떠나면 육신의 부모는 떠나지만 철마다 몸이 기억하는 부모는 곁에 있듯이 성묘 갔다 돌아와 앉은 고향집 방안에 들어서 눕는데 곁에 온기가 느껴지는 것이 사무치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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