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의 그러쥐는 힘으로 작은 집을 만들곤 했어 모서리 같은 세상, 빛나는 방바닥을 쓸어보며
이따금 각 세운 날들을 돌려봤어 마음의 집에 들어와선 함부로 살았지 내장 같은 집기들을 내던지며 손아귀의 힘으로
뻑뻑해진 가슴을 무시하고 멋대로 가보고 싶었어 그게 함정이어도 다른 길로 자꾸 빠지는, 탕아였어
헤매다 멈춘 곳에서 만난 집은 옳았을까 지금 앉고 누울 수 있는 이 곳에 나를 얼마나 맞춰봤나 뚜둑뚜둑 뼈 맞추는 소리가 발걸음 소리로 들렸지 왜 반복되는 소리에도 이골 나지 않았을까
그 소리는 얼음물에 젖어 귀가하는 남편의 발목 돌리는 소리 아이들 몸 떠는 소리 떨리는 목소리들
매일 만지는 지붕도 방향을 비틀어 손 안에 있는 이것은 아직까지 맞춰지지 않은 집 돌고 돌면서 어여쁜 이마를 찾는 집
비록 작지만 윤이 나는 네모반듯한 창틀이 네모반듯한 방이 내 손아귀에선 둥글어지게 몽글게 부디 그렇게
좀처럼 맞춰지지 않는 큐브. 가족 같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늘 가족과는 전쟁이지만 종래엔 평화가 찾아오고, 없어서는 안 될 언덕들이다, 사춘기 큰아이와의 전쟁, 둘째 아이의 스마트폰과의 전쟁……. 난 얼마나 구체적 노력을 하는가하는 고뇌들. 대충 잊고 사는 것도, 대충 눈 감아주는 것도 노력이리라.
지금 우리 가족의 큐브는 두 면만, 같은 색깔로밖에 못 맞춰졌지만 어느 날은 뚝딱! 완전하게 맞춰지지 않을까? 날을 세우고 험한 말로 싸웠어도 결국 배고프다며 엄마 요리가 끝장이라며 품으로 오는 큰애와 압수당한 스마트폰을 잊고 골치 아픈 큐브를 맞추려고 낑낑대는 둘째 아이가 내겐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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