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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삼위
 
전형철 시인   기사입력  2020/07/30 [17:12]

금각만(金角灣)에 앉아
편지를 읽는다

 

라이터를 켜는데
두꺼운 외투의 단추를 따라
등이 켜진다

 

아이훈의 필체를
너는 여간 닮았다

 

길은 얼어도 항은 얼지 않고
빛은 유빙을 타고

 

여하(如何)한가
어둠은 물와 뭍의 몸을 바꾸는데

 

배는 바다의 배를 가르며
청어 가시 같은 유성우를 쏟아낸다

 

사선의 힘으로
맨몸을 훑는다

 

동방을 정복하라
남쪽은 낮고 축축하니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풍경처럼

 

마음은 먼저 얼어버렸는데

 

시베리아로 열차는 떠난다

 

오랑캐가 죽은 아비의 이름을
말갈기에 묶어 보내고

 

초원에 누워
돌을 안고 통곡하듯

 


 

 

▲ 전형철 시인    

당신은 블라디보스토크라 부르고 나는 해삼위라 부른다. 대한국민의회. ‘여기’에 ‘나’는 거기 독립을 꿈꾼 투사들의 골목에 앉는다. 백년의 시간을 지나 배달된 당신의 편지를 맨몸이라 이름 붙여야 하나? ‘거기’에 있던 ‘당신’의 자리에 나를 앉히며 나는 묻는다. 돌로 가슴을 치며 하늘을 원망하며. 원래부터 있던 풍경처럼 당신은 여하(如何)한가, 여하한가, 여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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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7/30 [17:1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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