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갔던 상여가 꽃으로 돌아오는 곳에 벌통을 놓아둔다
눈꺼풀조차 가벼운가요? 거긴
꽁꽁 언 입술 어머니 자식 위해 꽃가루 나르던 그 들길 건너 야산에는 지금 눈조차 온통 시큰한 흰 섬
어머니는 가끔 항로를 놓치고 다시 회항하고 싶었던 걸까요 울음으로 놓던 다리를 펼친 지상에서 무덕무덕 피어나는 아카시아 꽃
먼 길 휘어져가며 흘린 눈물이 배꼽에서 말라버린 묘한 감정을 꺼낼 때 어머니 놓던 벌통을 이제 내가 옮겨다 놓는다
상엿집 앞에 펄럭이는 흰 부적들
일찍 떠나보낸 어머니에 대한 나의 무의식은 아카시아 꽃이 필 때면 여려 겹으로 흔들리곤 했다. 웃는 엄마와 상여의 만장이 오버랩되어 허덕이던 그리움의 자리에 이제야 꽃을 앉힌다. 죽음이 떠날 때라야 문이 열리던 상엿집을 흰꽃이 위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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