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 혁신도시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밥상 친목회`(소셜 다이닝, Social Dining) 문화가 시나브로 확산되고 있다.

밥상 친목회는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식사를 즐기며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족과 함께 식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혼자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사람들이 `건강한 식생활`이라는 관심사를 공유하며 뭉치는 현상으로 국내에서도 크게 확산되고 있다.

울산에서는 타지에서 온 혁신도시 인근 30-4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밥상 친목회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혁신도시 특성상 전국 각지에서 온 1인 가구가 많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모임은 꼭 식사에 국한되지 않고, 취미나 사상 등 다양한 콘텐츠로 이뤄진다.
기존에도 이런 활동들은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 등을 통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밥상 친목회는 여러 단계 가입절차를 거쳐 기본 신상을 드러내야 하는 카페나 동호회와는 달리 익명성과 자율성이 철저히 보장되고 모임에 대한 강요와 규제도 거의 없다.

밥상 친목회가 국내에 확산된 지는 5-6년이 돼 가지만 혁신도시 인근에서는 지역 특성이 반영된 모임들이 주를 이룬다. 처음엔 가족과 연고지를 떠나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의 함께 식사하기 모임에서 비롯됐지만 최근에는 맛집 탐방, 산책 및 등산, 울산에서 소비하기, 독서 모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맛집탐방과 캠핑을 주로 하는 한 밥상 친목회는 5-6명에서 시작한 모임이 최근 20명 정도로 늘어났다.
처음엔 인근 직장인들끼리 모였지만 현재는 공무원, 자영업자, 전문직, 프리랜서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30대 공무원 A씨는 "만나자 마자 나이, 직업 등을 밝혀야 하는 여타 모임과 달리 자연스럽게 대화를 통해 알아가고 내가 오픈하고 싶은 만큼만 오픈해도 된다는 점이 좋아서 종종 나간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직장 발령으로 울산에 오게 된 B씨는 "밥 한 끼 먹는 건데, 굳이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만나 먹어야 하냐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난생 처음 가족과 떨어져 낯선 곳에 오다 보니 일상에서 느끼는 외로움들이 너무 심했다. 그나마 이런 모임을 통해 많이 극복했다"며 "직장 때문에 울산에 정착한 것이다 보니 대부분의 지인이 직장 동료이다. 종종 뚜렷한 상하관계에서 피곤함을 느낄 때도 있는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의 관심사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울산에서 소비하기`라는 콘텐츠로 모임을 갖고 있는 C씨는 "울산에 많은 공공기관들이 이전했지만 그에 반해 울산에 정착하거나 소비하는 비율은 적다는 얘길 듣고 좀 뜨끔했다. 그래서 몇몇이 시간될 때 모임을 주도해서 울산에서 맛집도 다니고 여행도 다닌다. 또 부동산 정보나 집구하기 노하우 등을 공유하며 정착을 돕기도 한다" 아울러 "우리 모임의 적은 인원 몇몇이 소비한다고 크게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수는 없겠지만 그냥 작은 움직임 정도로 보여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런 피상적 관계 지향 모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우정동 일대에서 밥상 친목회를 주관하고 있는 D씨는 "서로에 대한 신상정보를 정확히 모른다고 해서 반드시 관계가 얄팍하다고는 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친해지다 보면 당연히 알아가게 된다. 다만 상대가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며 "너무 정형화된 사회적 관계에 지치고 지역 문화에 낯선 사람들의 `슬기로운 관계 맺기` 정도로 봐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