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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 초상
기사입력  2020/08/06 [16:45]   김도향 시인

占집 앞 혼령들이 도열했다
삼천갑자를 돌아돌아 왔으리
그때의 기억은 대낮같이 또렸했다
못다 한 말들은 까만
점자로 도드라졌다
부르지 못한 노래
써 갈기지 못한 유언장들
마구마구 퍼부어대 듯
一千 마디 절규
붉은 혓바닥 오방기처럼 휘둘렀다
대신 전해 줄 이도
대변해 줄 이도
답답한 사립문만 삐걱거렸다
간절한 주문인 듯
절절한 진언인 듯
붉게 베어져 나오는 符籍 한 필
해종일 늦가을 볕의 끈질긴 기도
오다 말다 잡히지 않는 바람의 부채질
어금니 꽉 깨문 至誠의 발원문
鏡面朱砂 붉은 인주
化人으로 되살아난
핏물 든 금강경탑다라니 한 채

 


 

 

▲ 김도향 시인   

늦가을 오후 한골길 산책하다가 보았다. 폐가인지 무당집인지 낡은 슬레이트 지붕 밑 긴 회랑같은 앞뜰에 맨드라미가 차례로 도열 했었다. 앞서간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 아버지, 친척 집 문흥아재, 우산아재 열 살 전후로 간 복선이, 정희, 영희 나랑 동갑인 사촌 재옥이 내가 모르는 이웃집, 이웃 나라, 온 지구 무수한 혼령들이 모여서 까만 씨앗같은 암호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못다 한 말들, 부르지 못한 노래, 써갈기지 못한 유언장들이 붉은 깃발처럼 흔들거렸다. 무당의 입을 청해서라도 하고 싶은 말들, 전해주고 싶은 말들, 울분을 토하고 싶은 절규들, 감감하고 답답한 사립문만 삐걱거렸다. 살다가 앞길이 막히고, 넘어지고 자빠지면, 찾고 싶고 매달리고 싶은, 선망부모, 조상님들께 정성을 다해 상 차리고, 새 옷 입혀 극락세상 잘 가시도록 빌고 또 빌어본다.

 

집안을 일으키고 자손들이 대대손손 번창하도록 기도해본다. 혼령들도 부처님 말씀을 듣고, 주문을 듣고, 진언을 듣고, 지성의 발원문을 듣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집착의 미련을 버린다. 부적의 오묘한 힘에 의해, 금강경탑다라니의 영험으로, 목탁 소리, 요령 소리, 큰스님의 법요식을 통해 제 갈 길 찾아가서, 더 이상 이승의 연에 끄달리지 말고 극락왕생 상품상생의 연화대에 태어나기를 염원해 본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한 가닥 희망에 매달리는 중생들을 위해 천도재를 올리고, 사십구재를 올리고, 구병시식 의식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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