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걸린 국숫발이 낭창낭창하다 툇마루에 떨어지는 한가로운 햇빛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날은
얼른 국수 한 뭉치 사오라는 젊은 엄마 목소리 다급히 건너오고, 식전 강아지마냥 국수틀집으로 향하는 발자국 소리 뛰어온다
국수 한 그릇 멸치 육수 국물에 훌훌 말아 먹고 나서 이 골목 저 골목 참견하고 다니던 일이 가장 신나고 재미있었던
생긴 대로의 허름한 담장 맞대고 한 그릇씩 퍼주고 먹는 맛에 허기진 뱃고랑 채우고 살았던 시절은 발뒤꿈치로 여울물처럼 급하게 빠져나갔으니 흐린 날, 젖은 국수를 널어본 사람은 안다 소망은 바람의 바깥에 걸려 있다는 것을
충남 예산장터에 가보면 버들국수가 국숫집 마당에 내결려 있습니다. 버드나무처럼 낭창낭창하게 바람에 흔들리기에 버들국수라고 이름 붙여진 게 아닌가 합니다. 그 모습은 사실 우리의 7, 80년대 시절에는 흔한 풍경이었지요. 국수가 주식이다시피하여 집에서 국수 먹는 날이 많았으니까요. 버들국수를 먹으면서 추억은 별처럼 돋습니다. 어려웠던 시절이였지만 한편으로는 그립습니다. 지금은 많이 없어진 정이 그리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웃과의 정이 살아있던 그 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시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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